경기도 ㅁㅁ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백모(39.여)씨에게도 메르스는 공포의 대상이다.
정확한 전파 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잠복해있을지 모를 환자들을 수시로 맞대야 하는 까닭이다.
2일 메르스 감염 환자가 18명, 격리환자가 682명에 이르는 상황 속에 의사와 간호사의 안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실제로 이미 의료진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병을 치료해야 할 이들의 방역 시스템 역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매뉴얼에는 메르스 환자에 대한 진료 전 보호장비 기준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각 병원마다 자체적으로 보호장비를 구비할 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N-95 마스크, 장갑, 1회용 가운, 눈 보호장비(고글 또는 안면 보호구)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장구를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이 상당수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일반인이 쓰는 종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밖에 없는 병원도 적지 않다"며 "성능이 좋은 마스크는 비싸기 때문에 병원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우리 보건당국의 매뉴얼이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면을 문제로 꼽는다.
정 정책국장은 "우리 보건당국의 매뉴얼은 1종 전염병과 2종 전염병이 무엇이고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라는 설명만 있다"면서 "전염병 매뉴얼에는 관련 질병이 창궐했을 때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적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의료진이 전염병에 걸릴 경우 고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전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감염된 의료진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면역력이 적은 환자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소지가 크다는 것.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의료진이 감염의 '전파자'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고위험군의 환자들에게 전파될 경우 사망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의료진의 감염으로 진료 공백이 발생하면 문제가 된 전염병뿐 아니라 다른 중증 환자들의 치료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감염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인력 등에 대한 지원과 의료진의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국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홍보이사)는 "의료진에 대한 기본 방역 체계를 갖추고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전염병 방역시스템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