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자살 유도해 잡는다

아주대 김유선 교수팀, 새로운 암세포 사멸 전략 제시

탈메틸화제 처리 및 네크롭토시스에 따른 암세포 사멸 유도 과정 - 암 발생 과정에서 RIP3 단백질 발현이 억제됨에 따라 세포자살 프로그램인 '네크롭토시스'가 유도될 수 없음. 탈메틸화제(5-AD)를 처리하여 RIP3를 발현시킨 결과 항암제에 의한 네크롭토시스가 유도돼 암세포가 사멸하게 됨(이미지=김유선 교수 제공)
건강한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생명현상 중에 '세포자살(apoptosis, programmed cell death)'이 있다.

생명체 전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이상이 발생한 세포가 자신을 죽여 그 이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암세포에서는 그러한 세포자살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다.

암세포에서 억제된 세포자살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훌륭한 암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전 세계 연구진이 이 분야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주대 의대 김유선 교수팀이 암세포에서 '네크롭토시스(necroptosis)'라는 세포자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데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네크롭토시스는 수동적인 세포사멸 과정으로만 여겨졌던 '괴사(necrosis)'가 조절에 의한 세포자살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유선 교수팀은 암세포에서는 네크롭토시스를 조절하는 여러 단백질 가운데 'RIP3'가 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따라서 암세포 내에서 RIP3를 발현시키면 네크롭토시스가 작동해 암세포 사멸을 촉진할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김 교수팀은 암세포에 '탈메틸화제'를 투여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RIP3를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네크롭토시스 작동의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탈메틸화제로 RIP3를 발현시킨 뒤 항암제를 투여하면 항암제만 투여할 때보다 현저하게 종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RIP3 발현이 네크롭토시스를 작동시켜 암세포의 항암제 반응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팀은 또 유방암 환자 조직은 정상 조직에 비해 RIP3 발현이 현저하게 저하돼 있으며, 상대적으로 RIP3 발현이 높은 환자의 생존율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탈메틸화제에 의한 RIP3 발현 증가와 그에 따른 네크롭토시스 활성화가 유방암 등 인체 암세포 치료에 적용될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팀은 'RIP3 발현촉진제를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항암보조용 조성물'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셀리서치(Cell Research)' 최근호에도 실렸다.

김유선 교수는 1일 "이번 연구는 단백질에 의한 암세포 자살 프로그램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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