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하극상' 총 74건…상위법 위반 시행령은 '다반사'

법률→대통령령 불구… 靑 적반하장 '삼권분립' 침해 주장

시행령과 같은 정부입법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데 대해 청와대가 삼권 분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이 문제가 입법부와 행정부간 정면충돌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세월호법 시행령의 상위법 위반문제를 계기로 유사사례를 파악해본 결과 노동부의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누리예산 전용 등 그 사례가 한 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 상위법 위배되는 정부입법…법률 뛰어넘는 시행령

정부입법의 상위법 침해 논란의 발단은 세월호 시행령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특별법 18조에서는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에 대해서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정한 시행령 제2조에서는 "사무처에 기획조정실, 진상규명국, 안전사회과 및 피해자지원점검과를 둔다"고 사무처 조직과 업무 분장 등을 규정하면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시행령이 상위법인 세월호 특별법을 위반한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정부지침도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에 불이익한 취업 규칙의 변경은 반드시 노동조합의 동의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 규칙이 변경 가능하다는 정부지침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해 노동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 예산 배정을 놓고도 상위법 위반 논란이 있어왔다.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보조금법 등에서는 지방교육재정보조금을 '교육'에 쓰도록 규정하는데, 하위법인 시행령에서 '보육'에 쓰도록 규정하면서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됐다.

정부 입법이 상위법을 침해한다는 논란에도 국회가 실질적으로 수정을 할 강제조항이 없었다.

여야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령 등 정부입법이 상위법에 위반할 경우 국회가 위반사항을 수정하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9일 통과시켰다.

◇ 법 체계상, 시행령은 법률보다 하위 법

우리 헌법에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며 정부입법인 대통령령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보다 하위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 업무가 다양해지고 전문화 되면서 정부 입법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다는 주장도 있지만,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상위법을 침해하는 행정 입법을 제정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위법을 위반한 행정 입법 사례가 총 74건 발견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당시 이와 관련해 "정부의 행정입법이 상위법령인 법률을 훼손하는 이른바 법령의 하극상 현상이 발생해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해당 법령의 개선을 상임위에 요구 했다.

정부 입법이 상위법을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뤄졌지만 특히 이번 국회법 개정을 계기로 시행령이 상위법에 위배될 때 국회 차원에서 엄격하게 견제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부 시행령은 국회가 만드는 법률을 당연히 따라야 하는데 그동안 법률 취지에 벗어나거나 배치되는 것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 시정요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행정입법은 국회입법권으로부터 위임된 범위내에서 제정·공포되는 것인데, 오히려 이월함으로써 국가작용의 균형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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