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지 어언 6년. 그는 필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뛰어난 두뇌를 타고났지만, 가난 때문에 상고를 겨우 졸업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독학으로 사법고시 합격. 불의를 못 참는 천성으로 민주화운동에 투신, 바보 소리 들으며 지역주의 타파에 헌신, 급기야 대선에서의 극적인 승리. 특유의 진솔함과 파격으로 권위주의 타파를 실천한 서민의 대통령. 그러나 거의 단기필마로 대권을 거머쥐어 유능한 조력자의 부족, 상류 엘리트에 대한 반감과 부조화, 보수성 강한 한국사회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정제되지 않은 언사. 양극화의 심화를 초래한 정책적 실패 등 아쉬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미완의 대통령.
그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전 국민의 뇌리 속에 생생하게 각인된 2009년 5월 23일 아침의 풍경은 그를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서 그의 죽음을 초래한 원인과 의혹들에 대해 되풀이해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의 선택에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 스스로 모든 짐을 짊어지고 떠나고자 했으리라는 점이다. 그 짐 속에는 비통함과 억울함 이상으로 분명 국민에 대한 사죄의 뜻이 담겨 있었으리라.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를 칭송하고 애도하던 분위기는 잠시. 지난 6년 동안 그는 지속적인 정쟁의 대상으로 세상에 살아남아 있었다. 2012년 대선 때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이 그 정점을 장식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 해 12월 14일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부산 서면 유세 도중 “여러분, 지금 제가 말씀 드리는 기가 막힌 내용을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가 북한의 김정일에게 가서 한 말입니다”라며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을 낭독했다. 그 내용이 국가기밀문서인 실제 대화록과 거의 일치했지만, 그는 찌라시에서 본 내용이라며 법망을 피해갔다.
어느 정도의 양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들 중 이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혀를 차지 않은 이가 얼마나 있었을까?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막중함을 감안할 때 죽어서도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도를 넘어서는 순간 불신과 희화화를 거쳐 결국 증오에까지 이르는 악순환을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켜보고 있다. 정치는 아니 세상은 언제나 그랬다고? 인간적인 맑은 정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어려운 사회에서 과연 상생과 공존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여든 야든 불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격조 있는 멋진 정치에 대한 희망은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순진한 헛된 망상에 불과할 뿐일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의 심한 비판을 후회한다는 김무성 대표의 이번 추도식 참석에 진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언론에서 제기하는 정략적 선택만큼이나, 이전 민주화운동의 동지로서, 그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공유하는 한 인간으로서,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까지 품고 갔으리라 믿고 싶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그 참석으로 얻은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피장파장이 된 셈이니,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노건호씨의 강렬한 추도사가 지난 수년 간 극에 달한 한국 증오 정치의 정점을 찍는 전환점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유족들의 한이 담긴 그 비판과 야유를 최소한 현재까지는 승자로 보이는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이나 그 지지자들이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면, 우리 정치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하태경 의원 등 여당 일각에서 그 일련의 사태에 대한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 반성이 노건호씨가 절규한 ‘노무현 타령’의 종결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이제 정말 노 전 대통령을 비인간적 조롱과 정쟁에서 자유롭게 하여 편안한 안식처로 보내 드릴 때가 되었다.
☞ 위 칼럼은 CBS노컷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