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중동호흡기증후군 유입 9일 만에 국내 환자는 두자릿수인 10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J씨의 확진 판정은 국가 방역망까지 뚫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접촉 숨기고 해외출장…간호사 등 2명도 추가 확진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중국 당국이 J씨의 유전자 진단 검사를 벌인 결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렸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중국 당국도 현지에서 이를 공식 확인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전날 광둥성에서 벌인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자, J씨의 검체를 베이징으로 옮겨 '확진 판독'을 진행했다.
J씨는 세번째 환자인 C(76)씨의 아들이자 네번째 환자인 D(46·여)씨의 남동생이다. 지난 16일 최초환자인 A(68)씨와 아내 B(63·여)씨, 또 C씨와 D씨가 4시간가량 함께 머문 ②병원의 2인실에 같이 있었다.
J씨 역시 최초환자인 A씨로부터 감염됐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A씨는 ②병원에서 퇴원한 17일 ③병원에서 5분간 문진을 받았는데, 이때 접촉한 의사 E(50)씨는 다섯번째 환자가 됐다. 또 ②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F(71)씨와 간호사 G(28)씨가 28일 여섯번째와 일곱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에도 브리핑을 갖고 "여덟번째와 아홉번째 환자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가 처음 외래방문한 ①병원의 간호사 H(30·여)씨, 또 ②병원에서 A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I(56)씨다.
◇'비격리' 확진환자 추가 발생…대응체계 '허점'
간호사 H씨의 경우 26일엔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이틀뒤 재검사에서 양성 판정으로 번복됐다. I씨도 별도 격리 없이 ②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다가 가검물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임이 확인됐다.
F씨의 경우엔 지난 24일 ②병원에서 퇴원한 뒤 발열 등 증상이 나자 ⑤병원에 외래방문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F씨는 상태가 좋지 않아 기관 삽관 치료중"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기관 삽관을 받긴 A씨에 이어 두번째다. 기관 삽관은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환자 스스로 호흡하기 힘들 때 기도 확보를 위해 관을 삽입하는 처치 방식이다.
◇J씨 접촉 42명 '추가격리'…거부시 벌금 '엄격 집행'
지난 22일만 해도 64명이던 자가 격리자는 일주일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현재 격리 관찰중인 밀접 접촉자는 127명"이라며 "J씨와 접촉해 추가로 격리된 사람은 42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6명은 증상 발현 시기와 잠복기, 현재 상황 등을 종합 판단해 이르면 30일 격리 해제된다. 복지부는 앞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하면 벌금 300만원, 지연 신고한 의료진은 벌금 200만원을 엄격히 물릴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러나 최대 관심사인 '3차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산발적으로 한두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2차에서 끊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단호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모든 접촉자 특정, 사실상 불가능…'3차 감염' 초읽기
하지만 J씨가 확진 환자로 판명되면서 보건당국의 방역체제는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게 됐다. A씨와의 접촉 이후로도 J씨가 열흘 넘게 격리나 관찰 없이 방치되면서, 접촉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J씨는 지난 19일 증상이 발현된 이후로도 일주일 넘게 정상 출근 등 평소 생활반경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2일과 25일 찾은 ⑥병원에서도 이미 최고 38.6℃의 고열을 보였지만, 의사진 만류를 뿌리친 채 해외 출국했다.
당국은 J씨가 탄 항공편의 탑승자 163명의 명단을 확보, 이 가운데 승무원 6명을 포함해 26명을 '기내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 전체 탑승자 166명 가운데 J씨 본인과 별도 공간에 있던 기장 및 부기장을 제외한 인원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63명으로 대부분 중국인이며, 미국인과 캐나다인 또 영국인과 파나마인이 1명씩 타고 있었다.
'기내 밀접 접촉자' 가운데 승무원 6명은 인천공항검역소 안에 일단 시설 격리됐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탑승객 137명 가운데 지난 28일까지 귀국한 20명에 대해선 역학조사 등을 거쳐 귀가 조치했다.
당국은 또 H씨가 다니는 부품회사 직원 180명을 상대로도 접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공항이나 현지 숙소 같은 대중 공간에서의 접촉자를 일일이 특정하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당국의 뒤늦은 대응이 '눈 가리고 아웅'이란 비판을 면하기 힘든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