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카드, 현대기아차, 가스프롬 등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지닌 FIFA 파트너들은 "우리는 깨끗하다"며 이번 사건과 거리를 두면서 기업 이미지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음료 부문 파트너인 코카콜라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랜 비리 의혹이 월드컵의 이상을 더럽혀왔고 우리도 계속 걱정해왔다"며 "FIFA가 수사에 철저히 협조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스포츠용품 파트너인 아디다스는 "우리는 가장 높은 윤리 기준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는 문화를 창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FIFA도 모든 업무에 대해 투명한 규범을 세워 따르기를 바란다"라며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현대·기아차도 성명을 내 "윤리 기준과 투명성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회사로서 우리는 일부 FIFA 중역들을 상대로 한 이번 수사와 관련해 극도로 우려를 표명하며 상황을 계속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버드와이저 맥주를 생산하는 앤호이저-부시는 "FIFA와 대화하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FIFA가 윤리적으로 투명한 사업 상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도 "윤리와 부패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미 법무부의 발표 뒤 진행될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파트너나 스폰서는 아니지만 1996년 브라질 축구대표팀 후원계약과 관련해 '뒷돈'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에도 비상이 걸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이키는 "수사에 협조해왔고 앞으로도 협조할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나이키는 "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축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비리 혐의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사업이나 경기에서 모두 윤리적이고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지지하며 어떤 형태의 속임수나 뇌물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무부는 공갈, 금융사기, 불법 자금세탁, 세금포탈 등 47개 혐의로 FIFA 고위 임원 9명, 마케팅 업체 간부 4명, 금품수수 브로커 1명 등 14명을 기소했다.
이번 비리 사태로 동반 타격이 우려되는 파트너들이 FIFA와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브랜드 컨설턴트인 딘 크러치필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스폰서들이 비리 스캔들을 고려해 기존 계약을 재협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비자는 "매우 실망스럽다. FIFA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폰서십 재검토를 통보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구촌 최고의 축제로 불리는 월드컵 본선의 광고 효과를 고려하면 후원기업들이 무더기로 FIFA와 결별하는 사태까지는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IFA의 부정부패 의혹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스포츠 시장 분석 전문가인 케빈 앨러비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리도 종류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며 "승부조작이나 도핑과 같은 경기 자체의 정직성을 위협하는 비리가 팬들에게는 (간부들의 협잡보다) 더 심각하게 체감되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은 이날 성명을 통해 FIFA의 비리 혐의 때문에 파트너 계약을 파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