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탄저균 배달은 '페덱스'가…" SOFA에 '까막눈' 됐나

탄저균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생물학무기에 사용되는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한국의 오산미군기지에 잘못 배달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우리정부는 '까막눈'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9조(통관과 관세)에는 '합중국 군대에 탁송된 군사화물' 등에 대해서는 세관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미군문제연구위원장 하주희 변호사는 "탄저균 같은 위험물질 등이 얼마나 많이 주한미군기지로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는 반드시 사전에 통보하도록 SOFA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아있는 탄저균이 SOFA규정에 따른 군사화물 경로를 통했는지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입 경로나 시점, 실험 과정, 폐기 방법 등에 관해 주한미군 측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산미군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고,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지만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는 정도가 28일 현재까지의 주한미군 측 입장이다.

미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의 군 연구소 시설에서 'AG1'으로 이름 붙여졌던 탄저균 표본이 미국 내 9개 군 관련 시설과 함께 오산기지로 보내진 시점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여 동안이다.


현행 간염병예방법 상 탄저균 등 고위험병원체는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죽어 있는 줄 알았다'는 미군의 사전 통보나 신고는 없었다는 게 질병관리본부 측 설명이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오산기지로 들여온 살아있는 탄저균의 경우 민간운송업체인 페덱스(FedEx)를 통해 배송됐다는 정도만 사고 이후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운송장이 현재 폐쇄된 실험실 안에 보관돼있다고 해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페덱스가 밀폐 등 안전규정을 지켰다고 주한미군 측이 설명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고,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였다는 걸 의도적으로 감춘 건 아닌지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주한미군의 협조를 받아 오산기지 현장을 방문하지만 주한미군 측이 제공하는 정보 외에 충분한 조사가 이뤄질지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SOFA는 주한미군에 대한 조사는 한미 합동위원회를 통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이번 파문의 경위가 정확히 밝혀져 공개될지도 미지수다.

SOFA 26조(보건과 위생)는 "(전략)질병의 관리와 예방 및 기타 공중보건, 의료, 위생과 수의업무의 조정에 관한 공동관심사는 합동위원회에서 양국 정부의 관계 당국이 이를 해결한다"고 못박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명예교수는 "미군기지 오염문제만 봐도 공동조사를 하려면 미군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조사결과도 양측이 합의해야 발표할 수 있다"면서 "SOFA 규정 상 환경이나 위생과 관련된 조사권이 일본과 비교해 우리에게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SOFA는 미군 시설과 기지 안에 특수 무기반입에 대한 통제권이나 조사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는데, 미군 특수무기의 이동과 배치에 관한 통제권을 지닌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권한이 약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지난 1997년에는 걸프전 이후 방사능 오염 등의 문제로 논란을 낳은 미군의 열화우라늄탄이 주한미군에도 배치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그해 1월 일본 오키나와 주둔 주일미군이 훈련 중 다량의 열화우라늄탄을 오발 사격한 사실이 1년이 지난 뒤 밝혀지자 주한미군의 보유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다.

당시 주한미군 측은 '우라늄탄을 보유한 적도 없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했다가 시민단체 등의 질의에 대해 '보유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사용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2000년 미 공군 전투기조종사 출신인 브라이언 윌슨씨가 경기도 매향리 훈련장을 찾아 우라늄 부착 탄을 미 공군이 훈련에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주한미군 측은 공대지연습탄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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