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NC 선발 에릭 해커는 두산 내야수 오재원과 갈등을 빚었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대치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해커를 향해 두산 벤치에서 누군가가 공을 던지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다행히 공은 비껴갔지만 해커는 움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자칫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심판진은 두산 장민석이 던진 것으로 판단, 퇴장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공이 시작된 지점과 장민석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간 방향의 각도가 맞지 않은 데다 중계 화면상 공과 장민석이 1초 사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장민석이 공을 던진 뒤 그처럼 빨리 뛰어오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때문에 장민석이 다른 선수를 대신해 퇴장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KBO 상벌위 간사인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정리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누가 던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심판들과도 잠깐 얘기했지만 마찬가지였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워낙 창졸지간 벌어진 일이었고, 심판진은 선수들을 뜯어말리느라 투척자가 누군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는 중계 화면에도 잡히지 않았다. 선수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 장면에 카메라가 집중됐다. 공이 직선으로 뻗고, 장민석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잡혔지만 공의 시발점은 오리무중이었다.
정 부장은 "일단은 심판진과 상의해서 공은 던진 선수에게 제재를 줘야 할 것"이라면서 "두산 쪽에도 확인을 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두산 쪽의 자발적인 확인이 없다면 누가 던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을 상황이었다.
외야수 민병헌은 구단을 통해 "사실 어제 벤치클리어링 이후 심판들이 더그아웃에 와서 공을 던진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손을 들었지만 민석이 형이 먼저 나서서 퇴장 명령을 받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주로 2군에 머물렀던 장민석이 팀 주축인 민병헌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민병헌은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와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것이 미안하고 괴로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리고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고,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두산은 "추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선수단 교육에 힘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장은 "상황이 복잡할 수 있었는데 두산에서 먼저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KBO는 이날 오후 상벌위를 열어 민병헌에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또 비등록 선수로 그라운드로 나설 수 없던 홍성흔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