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답하겠다는 ‘녹음기’ 총리후보…언론검증 무력화?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 (박종민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 대상 고위공직자에게 응당 이뤄지는 언론의 사전검증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황 후보자는 26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에 대해서도 “(청문회) 준비를 잘해서 국민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황 후보자는 미소 띤 얼굴에 두 손을 앞에 모으며 공손한 태도였지만 답변 내용은 사실상 언론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지난 24일 통의동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청문회에서 소상하게 말하겠다”고 한 이후 거의 똑같은 ‘녹음기 답변’을 사흘째 계속하고 있다.

지난 21일 총리로 내정된 이후 딸 결혼식 등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자신에게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에 최대한 성실히 응하는 게 고위공직자의 도리다.

청문회 때 밝히겠다는 태도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총리 후보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황 후보자가 이처럼 말을 아끼는 것은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고육책으로 볼 수도 있다.

다변에다 달변이기까지 한 이완구 총리나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말 때문에 꼬투리 잡혀 고생한 것에 대한 학습효과인 셈이다.

때문에 다음달 8,9일쯤으로 예상되는 청문회 이전까지는 언론에 노출될 개연성을 최소화한 뒤 청문회 이틀만 버티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전례에 비춰 고위 공직자들의 낙마 사유는 대개 인사청문회 당일이 아니라 그 이전 준비과정에서 언론이나 야당의 검증에 의해 밝혀져 왔다.

그나마 청문회에서 결격 사유가 드러나도 모르쇠나 무대응으로 시간을 끌다 어물쩡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총리 후보자의 ‘과묵함’이 청문회 통과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알권리는 위축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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