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환자, 몇차 감염인지 구분 어려워
-확진환자 모두 한 병실에, 그나마 다행
-귀가조치? 충분한 격리병상 공간 없어
-정부, 잠복기 환자 강제격리 권한 없어
-1주 안에 외부환자 발생 막는 것이 분수령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의 기세,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내 유입 닷새 만에 벌써 네번째 환자가 발생했다는 속보가 아침에 떴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저희가 이 아이템을 준비했는데요. 네 번째 환자는 세번째 감염된 B씨를 치료했던 40대 딸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여성이 미열증세를 호소하면서 격리치료를 요구했었는데 보건당국은 고열 증세가 없다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보건당국의 관리 사항에 허점은 없었는지 전염병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죠.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의 이재갑 교수를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재갑>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국내에서 어제인 25일에 네 명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을 했습니다. 이 환자는 세번째 감염자인 B씨를 간호하던 딸이었는데요. 어떻게 전염됐다고 봐야 할까요?
◆ 이재갑> 지금 이 딸이 첫 환자를 통한 2차 감염자인지 아니면 아버지를 통해 감염된 3차 감염자인지 구분하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 같은 경우는 발병하고 나서 바로 국가지정격리병원에 옮겨졌었기 때문에 아마 아버지가 노출됐을 때 딸도 같이 노출됐을 가능성, 즉 2차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기는 하고요. 사실은 2차 감염인지, 3차 감염인지 자체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사실 그게 또 중요한 문제는 아니거든요. 일단은 동일 병실에 있었던 4명이 다 발병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요. 다만 다행인 건 그 병실 외에 있었던 사람에게서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완전히 방역 체계가 구멍이 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떻든 간에 더 추가적인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한 시점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니까 간호한 아버지와 같은 병실에 있었던 최초 감염환자인 A씨로부터 옮았을 가능성, 즉 동시발현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시고요. 그러면 2차냐, 3차냐에 따라 관리하는 데 있어서 더 안 좋다거나 이런 문제는 없습니까?
◆ 이재갑> 일단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는 의미를 둘 수는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요. 오히려 지금 상황으로서는 같은 병실에 있었던 4명의 사람이 발병했다는 사실로 그냥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될 상항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병실 외에 있었던 다른 가족이라든지 다른 의료진한테까지는 아직까지 발병 사례가 없다는 것인데요. 일단은 지금 저희는 병실에 있었던 네 분 외에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고요. 혹시 발생하더라도 아마 가까이 진료를 했던 의료진이나 가까운 가족일 것 같은데, 그런 가족을 통해서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감염되지 않고 4명 정도 발병하는데 그치거나, 1~2명 정도만 2차 감염이 되는 수준에서 유행이 종식되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다음인 5일 만에 네 번째 감염환자가 발생한 거잖아요. 그러면 거의 하루에 1명씩 나온 건데. 확산 속도가 높은 거 아닌가요? 어떻습니까?
◆ 이재갑> 만약에 다른 병실에 환자가 발생했다든지 아니면 간병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 말고 다른 데서 환자가 발생을 했고 바이러스가 노출이 됐다면 사실 문제가 큰 것이죠. 이번 같은 경우에는 이미 노출이 돼서 방역당국에서 모니터를 하고 있었던 사람에게서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주 급격하게 악화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일단 관리 대상자 중에 발생했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 이재갑> 그렇습니다.
◆ 이재갑> 이게 참 사실은 저희가 어떤 감염환자가 발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딜레마인데요. 저희가 국가지정 격리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키려면 의료진이 증상 측면에서 부합한 환자를 판단해서 격리와 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분 경우는 밀접접촉자기 때문에 발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었거든요. 접촉한 육십 몇 명 중에서 사실은 이분이 발병할 위험이 높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다만 증상 기준에 안 맞기 때문에 국가지정 격리병상에는 갈 수가 없었던 것 같고요. 또 사실은 이런 단계에서 환자들이 발생할 수 있는 사람들을 격리할 수 있는 만큼의 특별한 공간이 없는 것도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가장 큰 문제거든요.
◇ 박재홍> 그러니까 전염 가능성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규정을 좀 지켜야 하는 상황도 있고 또한 병상도 적기 때문에 관리를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 이재갑> 네, 그렇고요. 그래서 사실은 저희가 준격리나 격리시설을 따로 가지고 있어서 의료진이 의심 대상자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환자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심하며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이번에 확진판정을 받은 따님도 덜 불안하고 그랬을 텐데요. 사실 우리나라가 환자의 치료를 중심으로 전염병 관리 체계가 잡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조금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콧물, 재채기, 기침은 있는데 고열이 없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체크리스트가 하나만 걸리지 않아도 격리를 안 해도 된다? 이렇게 되는 건가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규정이 너무 엄격하고 경직되게 적용됐다는 그런 비판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말씀입니다.
◆ 이재갑> 격리는 되어 있었던 거죠. 자가격리기 때문에 격리는 돼 있었는데요. 다만 ‘열이 나고 호흡기 증상이 있어서 치료를 받아야 되는 환자냐?’ 아니면 ‘아직은 증상이 없는 관찰의 대상이냐?’ 이런 식으로 관리 체계가 이분법으로만 구분이 돼 있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밀접 접촉자여서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조금 더 다르게 관리를 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행히 보건당국에서도 이분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다른 가족과 같이 있지 않고 혼자 있도록 이미 조치가 되어 있었더라고요. 그나마 그건 다행으로 생각이 되는데 사실은 이렇게 노출된 사람 입장에서는 의료진과 가까이 있으면서 자기 증상을 철저하게 봐주는 게 가장 안심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공급이 안 됐던 부분들이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 박재홍> 그리고 자가격리면 스스로 격리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얼마든지 격리했다고 하지만 또 다른 접촉자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 이재갑> 그런 부분들이 사실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다만 인권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잠복기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강제로 격리시킬 수 있는 정부의 법적 권한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자발적 격리라고 하지만 사실 지금 같은 경우는 발병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죠. 다만 말씀드린 대로 이분들이 안심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조치가 안 됐던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 거에 아쉬움이 있다는 말씀이고요. 지난주 저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주간이 고비가 될 거다’ 이런 지적도 해 주셨는데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할까요?
◆ 이재갑> 일단은 지금 발병한 4명은 어쨌든 발병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분들이 발병했기 때문에 그때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자가격리를 받고 있는 60여명 중에서 한두 명 정도가 추가로 확진환자로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속에서 이후에 3차 감염자들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한데요.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말씀드린 대로 한 병실을 같이 썼던 4명이 같이 발병을 한 상황이고요, 그 이외의 사람들 중에서는 발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일주일 정도만 잘 발생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 정도로 종식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거든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일주일 정도가 더 중요하겠다는 말씀이에요. 잘 들었습니다.
◆ 이재갑> 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재홍> 강남성심병원의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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