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이승철 느낌', 최대한 없애려 노력했죠"

[간담회에서 만난 스타] 12집 발매, 가수 이승철

이승철은 부지런한 뮤지션이다. 6시즌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후배 가수들을 길러내기 위해 힘써왔고, 아프리카 차드 학교 짓기, 통일 캠페인, 기부, 봉사 등 사회 활동을 꾸준히 병행해왔기 때문이다.

이승철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가수로 줄곧 자리를 지켜왔다. '라이브의 황제', '보컬신(神)'이라는 별칭답게 매년 2~30차례씩 공연을 통해 팬들과 호흡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정규 12집으로 돌아왔다. 2013년 11집 '마이 러브(My Love)' 이후 2년여만의 컴백.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이승철이기에 더욱 뜻깊은 앨범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앨범 발매 기념 음감회를 연 이승철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최고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명품 스피커를 공수해왔다"면서 한곡 한곡을 소개해나가는 그에겐 넘치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이승철의 12집 '시간 참 빠르다'에는 총 10곡이 수록됐다. 정통 팝, 발라드, 록, 라틴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으며, 데뷔 후 최초로 앨범의 전곡을 직접 편곡하는 열정을 보였다. 또 최고 수준의 음질을 위해 스티브 핫지, 댄 패리, 토니 마세라티 등 캐나다, 영국, 미국을 대표하는 믹싱 엔지니어들과 작업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심히 만든 앨범입니다. 제가 전곡 모두를 편곡했는데 100% 손을 댄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무엇보다 솔로 가수 앨범이지만 그룹 냄새가 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요. 팀 사운드를 위해 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여러 명에게 편곡을 맡겼으면 중구난방인 앨범이 될 수도 있었는데 제가 다 편곡을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이 하나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승철은 "이승철의 느낌을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30년간 고수해온 노래 창법은 절대 변할 수 없다 해도 옷은 갈아입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새 앨범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이승철 특유의 정교한 테크닉을 과감히 내려놨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가이드 보컬에서 느낌이 좋은 것들은 다 살렸어요. 정말 이상한 부분만 다듬었고, 허스키한 느낌, 가래를 끄는 듯한 느낌까지 없애지 않고 거의 다 살렸죠. 30년을 맞은 가수와 목소리를 뭔가 꾸미지 않고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예쁘고 깔끔한 게 아니라 거칠고 자연스러운 모습을요."

그래서일까. 새 앨범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매우 높다. 또 오랜 시간 호흡한 전해성 작곡가를 비롯, 신사동호랭이, 4번타자, 한수지, 김유신 등 신인 작곡가들의 곡을 과감히 택한 것도 신구조화가 잘 된 앨범이 탄생한 비결이다.

데뷔 30주년을 맞는 아티스트의 심정을 제목과 매치시킨 타이틀곡 '시간 참 빠르다'는 물론,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느낌의 팝 발라드 '한 번 더 안녕', 엄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마더', 드라마 '프로듀사' OST로 사용돼 주목받은 '달링',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아픔을 발랄하게 담아낸 '사랑한다구요', 이승철표 팝 발라드 '비오는 거리에서', CCM 장르 '시련이 와도', 그리움에 대한 느낌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그리움만 쌓이네' 등 전곡이 타이틀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쩌면 12집이 이승철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정규 앨범을 또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3곡 씩 신곡을 낸 후 나중에 합쳐서 앨범을 내는 형태를 구상 중입니다. 정규 스타일로는 진짜 마지막일수도 있겠다 싶어 에필로그에도 마음으로, 감성으로, 가슴으로 음악을 듣는 세대에게 이 앨범을 바친다고 썼죠."

이승철은 26일 새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또 올해 30주년 기념 월드 투어를 진행하는 등 맹렬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는 데뷔 30주년을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을까.

"원래 실감이 안 났는데, 최근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30년 후 모습으로 분장하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부르는데 감정 북받쳐 오르던데요? 이번 타이틀곡도 '시간 참 빠르다'잖아요. 정말 시간 참 빠르구나. 벌써 30주년이구나. 만감이 교차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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