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임명은 청와대발 '가치전쟁' 서막…백전백패 야당은 왜 모르나

윤태곤 더모아 실장 "일 잘하냐로 따지면 청와대가 불리하지만…"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 ]
■ 방송 : 23일 CBS 라디오 FM 98.1 (토 16:00~18:00)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야당은 5.18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라는 의미 있는 시기를 지나면서도 잇따라 불거지는 악재를 봉합조차 못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악재가 또다른 악재를 덮고가는 것이 야권의 현재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혁신위원장 임명 등이 이미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가장 중요한 인적쇄신 등에서는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황교안 법무장관 총리후보 임명이 야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본격적인 '가치전쟁'의 서막이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에게 의미 있는 시기다. 5월 18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23일)까지. 그러나 야당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안되는 것 같다.
□하나는 광주고 하나는 경남김해. 실은 이번주는 그동안 갈등이 있었어도 속마음을 어쩔지언정 앞으로 잘하자는 식으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당장 오늘(23일) 부터 6주년 추모식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돌발적인 일인 것 같은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여당 대표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처음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서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 씨가 노 대표를 상대로 강한 비판을 한 것이다. 바로 겨냥했고 조롱섞인 언급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선거판에서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 선거판에서 읽어내고 아무 말도 없이 언론에 흘리고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

그리고 추모객 일부가 김 대표에게 물병 등을 던지는 일도 발생을 했다.

노건호씨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그 이후 우리 정치권이 그 부분에 대해 같이 추모 하는 게 아니라 NLL 문제를 제기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참여정부 당시 사면이 문제다, 하는 식이니 분노한 것 같다.

■야권과 조율된 것 같지는 않더라. 문재인 대표 표정은 굳어지더라. 바로 옆의 김 대표는 오히려 웃는 표정이고. 당황한 얼굴이지만.
□야권 의중은 아닌 것 같다. 공식 추모사는 강금실 전 장관이 했는데, 강 전 장관은 친노, 비노 갈등 높은 가운데 노 전 대통령과도 특별한 관계지만 비노쪽 예를 들면 안철수 의원과도 가깝다. 추모사 주요 메시지도 '통합'이었다. 문 대표도 추모식에 앞서 SNS에서 "노무현을 분열의 이름으로 부르지 말자"고 했다. 노건호씨 에피소드는 일회성 사건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면 요즘 김무성 대표가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5.18때 전야제때 갔다가 물 세례를 받기도 했는데, 광주나 진보진영에서도 너무했다. 김무성 대표한테 그를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관계자들이 이후 김 대표에게 직접 사과방문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껄껄웃으면서 "시원하고 좋더라. 나는 전남방직의 아들이다 "그런 말을 했다.호남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전남방직의 창업주가 김대표의 선친이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지만, 상도동계 민추협 출신이고, 본인도 그런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그래서 광주나 봉하를 스스럼없이 방문하는 것이다.

■물세례를 받고, 또 받을 걸 예상하고도 관련 행보를 한다. 계속 그런 모습을 보이면 진정성을 호소할 수도 있겠다
□사실 지지율이 나오니까 이런 행보가 가능한 것이다. 야권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이미 여권의 지지층은 확보해뒀고 야권까지 잠재적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군.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잘 나가는 것을 보니까 야당이 또 대비된다.
□재보선 끝나고 오늘까지 25일 정도 지났나? 생각해보자. 처음엔 완패했다 이걸 어쩌나 이러 정도였다. 대표 사퇴 이야기는 실은 그때는 덜 나왔다. 근데 어영부영 하다 '공갈 발언' 논란이 나왔고, 그러면서 대표 사퇴 , 친노 비노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그 이후에는 혁신위원회 논란인데 안철수 전 대표와 조국 교수가 하네마네 했고, 지금은 김상곤 전 교육감까지 왔다.

가만히 지난 3주간 이 흐름을 보자. 이슈가 해결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다른 이슈가 불거지는데 불거지는 이슈가 다 안좋은 것이다. 안 좋은 것이 안 좋은 이슈를 덮고 앞에 이슈는 실은 그대로 남아있다가 뒤에 이슈랑 힘을 보태는 식이다.

■그래도 김상곤 전 교육감이 혁신위원장을 맡으면 한숨 돌리지 않을까?
□이미 좀 실기한 측면이 있다. 혁신위원회 문제가 오늘 이전에 결판이 났어야 됐다고 본다. 그래야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에서 어쨌든 저쨌든 화합은 몰라도 봉합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연휴동안 좀 내부정비를 하고 내주부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 것이다.

■맡으면 그 다음 시나리오는 긍정적인가?
□여전히 기대가 크지 않다. 문재인 대표를 보면 전당대회로 선출되고, 그리고 친노가 있니 없니 하지만 어쨌든 당내 지지기반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나? 정청래 최고위원 징계에 대해서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 이런 말이라도 하는 것 들어본 적 있나? 그런데 물론 인품은 훌륭한 분이고 당적은 있긴 하지만, 정치 경험도 많지 않고 이 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떨어졌던 사람이 칼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

■반대로 기반과 경험이 없다는 게 혁신을 하는데 강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난 아쉬운 것이 없다, 하는 식으로.
□제일 중요한 것이 인적쇄신인데 지금 총선이 거의 일년 남았다. 김 전 교육감이 추상적인 공천룰을 짤수는 있을 것이다. 도덕적 문제 있는 사람은 공천배제한다거나 4선 이선 중진 중 상당수는 용퇴를 권고한다는 식으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룰을 적용해 판단까지 가는 것은 다르다. 누구를 특정해서 "이 사람은 공천 배제시켜야 한다. 이 사람은 용퇴해야 한다" 또는 "어디에 이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칼을 휘두르려면 단칼에 휘둘러야 하는데 목을 톱으로 썰어댈순 없지 않나. 그러면 다 도망가든지 반항하지.

■다음 선거까지 안가도, 야당은 당장 총리 청문회나 연금 개혁 협의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황교안 법무부 장관, 장점이 있는 사람지만 공안검사 출신이고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보인 모습상 국민 통합형 인사로 볼 순 없다. 절대 평가로 점수를 주면 별로 안 높을 것이다. 제가 주목하는 건, 청와대와 야당이 정치적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황교안 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건, 청와대가 정치적 갈등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여권이 야권과 정치적 갈등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인가. 갈등을 통해 얻을 것이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가, 경제와 외교 등 따져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보수진영에서도 박 대통령이 사심이 없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 얘기는 해도 박 대통령이 일 자체를 잘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나 통합진보당 해산 얘기가 청와대가 잘한 일이라는 얘기로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이 실제 일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가치전쟁'에서는 유능하다?
□야당에서 통합진보당은 기획해산이다, 민주주의의 후퇴다 질타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여권은 바로 통합진보당을 그럼 그냥 두는 게 맞냐고 역공을 편다. 그럼 다시 야당이 "나는 지지하지 않지만 민주주의 원리상 어쩌구..."하면서 대답이 길어진다. 여론조사를 돌려봐도 통진당 해산 잘한 거냐 물으면 찬성이 많다. 청와대와 야권이 서로 "우리 편 모여라" 식으로 대결할 경우 청와대가 백전백승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나 세월호 시행령 논란 같은 걸 보면 박 대통령이 이런 구도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일 잘하고 있냐 정부가 지금 일 잘하냐 마냐는 구도가 되면 청와대가 아주 불리한데, 청와대와 야당이 정치적 충돌을 빚는다는 구도로 가면 청와대가 무조건 다 이긴다. 야당도 그 점을 좀 깨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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