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다룰 주제로 넘어가보죠.
◆ 김성완> 대학 축제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 박재홍> 쌍쌍파티? (웃음)
◆ 김성완> (웃음) 주점, 낭만, 열정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 대학축제는 20여 년 전의 대학축제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뚜렷한 문화현상도 없고 또 그렇다고 저항정신을 표출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갈 곳 잃고 방황하는 대학 청년문화의 현주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대학축제 얘기할 때 보면 대학의 3대 바보들이라고 해서 '어디 대학 축제 가는 사람' 이런 것도 있었는데. (웃음) 이제 축제가 워낙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 나네요. 어제 인터넷에서 두 여대 총학생회 상반된 모습을 다뤄서 좀 떠들썩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한 곳은 치워버리고 한 곳은 이제 ‘엄마를 부탁해’ 연대주점까지 연다. 그런데 또 얼마 전에 한 대학에 붙은 대자보가 감동적이었다 이런 평가가 있었는데요.
◆ 김성완> 요즘 대학의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학생들한테는 아주 비싼 등록금을 받잖아요. 재단은 또 적립금을 수천억씩 쌓아두고 그러는데.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그러면서도 경비절감한다고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러는 대학이 굉장히 많습니다. 바로 그런 대학의 얘기도 있는데요. 해고를 하니까 대학쪽에서 학생들이 도와줬던 모양입니다, 연대를 하면서. 나중에 해고가 철회가 되면서 학생들한테 감사인사를 전하는 손글씨로 적은 대자보를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붙였는데요. 내용을 간단하게 읽어드리면 ‘지난 겨울은 황당하고 추웠습니다. 어이없게도 삶의 터전이 아닌 투쟁의 현장에서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막막해하던 우리들에게 학생들의 연대와 지지는 어두운 동굴 속 등불과 같았고 사막의 오아시스였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더 많이 살았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난 다음에 많은 사람들이 '이럴 수도 있구나, 또 이렇게 감사를 표하는 모습을 보니까 굉장히 감동적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죠.
◇ 박재홍> 사실 대학 시절에 이렇게 낮은 자리에 있는 어려운 분들과 함께 이런 경험을 하면, 취업을 하고 나중에 삶에 큰 자산이 되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저도 사실은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지만 그때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었고. 그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살아 있고 또 제 인생의 하나의 지침 같은 그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아마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그때 배웠던 저항성이나 또 사회 비판적인 시각들이 그대로 유지가 되는데. 요즘 대학을 좀 보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 사례만 더 말씀드리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일부 학생들이 교내 민주열사 추모비에 안주를 요리해서 시끄러워졌던 대학이 있습니다. 추모비 제단 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 올려놓고 음식을 만들어서 술안주를 막 거기에 덕지덕지 올려놓고 그런 모습. 저도 사진을 보고 좀 놀랐는데요. 그 학과 학생들, 그러니까 민주열사가 다녔던 그 학과 학생들이 우리 선배 추모비에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이렇게 항의를 하면서 그게 알려지고 나중에 사과까지 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게 요즘 대학의 현실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또 드는데요. 사실 대학축제라고 하는 게 예전에 80년대는 최루가스가 난무하던 그런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연예인 콘서트장으로 변질됐다,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얼마 전에 싸이가 한 대학에서 축제에 갔었잖아요. 그때 입장권이 1만 1000원이었는데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서는 20만원에 거래가 됐다고 합니다.
◇ 박재홍> 씁쓸하네요.
◆ 김성완> 요즘 대학축제 때 아이돌 한 팀이 대학에 가면요. 한 3, 4곡 정도 부르면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나나 이런 생각까지 드는데. 이렇게 학생들이 뭐랄까요. 대학의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는 역할보다는 그냥 문화의 소비자로 자꾸 전락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 박재홍> 뭐랄까요. 요즘 대학사회가 취업공부에 찌들어가지고 요즘 대학 문화, 낭만 이런 게 사라졌다, 이런 진단도 많은 것 같습니다.
◆ 김성완> 맞습니다. 예전에는 '저항문화' 이렇게 얘기도 하고 '대학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대학을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요즘에는 학생들한테 왜 이렇게 사니? 왜 대학축제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놨니라고 말하기에도 참 부끄럽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생존을 위해서 지금 경쟁에 내몰려 있잖아요, 학생들이. 이번 축제기간 동안만이라도 좀 마음껏 놀았으면 좋겠다 하는 심정으로 대학 축제에 참여를 한다고 하는 걸 누가 사실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모습이 이렇게 미래에 저당 잡힌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 현실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와 함께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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