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날 두산 우완 선발 더스틴 니퍼트에게 그동안 많이 당했다. 니퍼트는 통산 삼성전에서 19경기 등판, 13승1패 평균자책점(ERA) 2.33을 기록한 난공불락의 투수. 류 감독은 "니퍼트의 높은 볼에 타자들이 속는데 그러지 말라고 해도 막상 타석에 서면 어쩔 수 없는가 보더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 삼성 타자들은 전과 달리 힘을 냈다. 니퍼트에게 6회까지 안타 8개를 뽑아내며 4득점, 6-1 승리를 거뒀다. 이날 깜짝 선발 출전한 포수 이흥련이 2회 2타점 결승 2루타를 치고 상대 도루를 잇따라 잡아내는 등 만점활약을 펼쳤다. 최근 니퍼트에 당한 8연패를 끊어낸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이외도 이날 승리는 여러 모로 특별했다. 구자욱의 투런 쐐기포로 KBO 리그 사상 첫 팀 통산 4000홈런을 장식했고, 올 시즌 피홈런 10개, 평균자책점 6.05로 다소 부진했던 선발 장원삼이 6⅔이닝 5탈삼진 5피안타 1실점으로 모처럼 호투, 부활 기미를 보였다.
특히 이날은 모그룹의 수뇌부가 직접 경기장을 찾은 날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아들 이재용 부회장이 경기 중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들 모자는 삼성이 2-1로 앞선 5회초 도착했다.
당연히 선수단도 이들의 잠실행을 몰랐다. 이후 TV 중계를 통해 두 모자의 모습이 비치면서 류중일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도 비로소 알게 됐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이들의 방문 이후 더 힘을 냈다. 2-1, 불안하게 앞선 6회 박석민의 2루타와 박해민의 적시타 등으로 2점을 추가했고, 7회 구자욱이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홍 관장과 이 부회장은 더그아웃 옆 복도까지 찾아와 류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등 선수단을 격려했다. 홍 관장은 "오늘 경기도 재미있었는데 매일 최선을 다해주세요"라고 힘을 실어줬고, 이에 류 감독도 "좋은 경기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화답했다.
류 감독을 감격시킨 한 마디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 부회장의 따뜻한 관심이었다. 이 부회장은 류 감독에게 "최근 감기를 앓으신 것 같은데 건강 잘 챙기시라"고 세심하게 안부를 물었다.
특히 류 감독은 이 부 회장의 염려에 대해 "어떻게 내가 최근 감기에 걸렸던 것까지 알고 계시는지 놀랐다"면서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할까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 차기 그룹 총수가 될 인물이 그만큼 야구단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힘이 되는 동시에 부담도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에 이어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더러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방문하면 이기는 '승리 공식'이 회자될 정도다. 지난 2013년 10월 27일 삼성이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연패 끝에 승리,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류 감독은 "오늘 니퍼트를 이겨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높은 분들이 오셔서 이겼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승패 여부를 떠나 그룹 수뇌부의 관심은 선수단에는 힘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