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니퍼트 격침시킨 '신의 한 수' 이흥련

21일 두산 원정 천금의 선제 결승타

'내가 바로 신의 한 수' 삼성 이흥련(왼쪽)이 21일 두산과 원정에서 2회 선제 2타점 2루타를 뽑아낸 뒤 김평호 코치와 주먹을 부딪히고 있다.(잠실=삼성 라이온즈)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삼성전이 열린 21일 잠실구장.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포수 이흥련을 8번 타자로 선발 출전시킨 것. 이흥련은 올 시즌 2경기 출전이 고작이었다. 개막 2연전인 3월 29일과 전날 교체 투입된 게 전부였다.

2013년 입단한 이흥련은 지난해 주전 포수 이지영과 베테랑 진갑용의 부상 때 요긴하게 쓰였던 선수였다. 88경기 타율 2할2푼7리 1홈런 17타점으로 방망이는 썩 좋지 않았으나 안방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올해는 주전 경쟁에 밀렸다가 최근에야 1군에 복귀했다.

류 감독은 "원래 장원삼과 배터리는 진갑용이 맡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송구가 좋지 않아 자주 도루를 허용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분위기도 바꿔볼 겸해서 이흥련을 냈다"고 덧붙였다.


진갑용은 최근 10경기 타율 4할2푼1리(19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으로 상승세였다. 시즌 33경기 타율 3할6푼1리 3홈런 10타점으로 41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흥련 투입은 모험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흥련 선발 출전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천적을 상대로 천금의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고, 빼어난 투수 리드를 이끌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회 승부처 적시타에 빼어난 리드까지

이흥련은 0-0이던 2회 2사 1, 2루에서 값진 적시타를 뽑아냈다. 2볼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상대 우완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3구째 복판 직구를 통타했다. 타격이 다소 약한 이흥련을 대비해 다소 앞에 있던 중견수 키를 멋지게 넘기며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제 적시타였다.

사실 삼성은 앞선 득점 기회에서 잇딴 횡사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무사 2, 3루 황금 찬스에서 잇딴 2루 땅볼로 홈에서 주자가 연속 아웃됐다. 자칫 흐름이 넘어갈 수 있던 상황.

하지만 이흥련이 기회를 살렸다. 니퍼트는 삼성전 통산 13승1패 평균자책점(ERA) 2.33을 거둔 천적 중의 천적이었다. 지난해도 7차례 등판 5승 무패 ERA 2.72였고, 두산은 모두 이겼다. 딱 한 번의 패배가 지난 2012년 8월18일이었는데 그날도 니퍼트는 6이닝 3실점했다.

그런 니퍼트를 상대로 천금의 선제 타점을 올린 것이다. 이흥련은 이전까지 니퍼트에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흥련은 2-1로 앞선 5회도 선두 타자로 나와 유격수 내야 안타 뒤 상대 송구 실책으로 2루까지 출루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 못했지만 니퍼트를 괴롭히기에는 충분했다.

삼성은 6회 박석민의 2루타와 박해민의 안타로 2점을 추가, 4-1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니퍼트는 6이닝 8피안타 4실점한 뒤 강판했다. 삼성은 7회 구자욱의 2점 홈런까지 터져 쐐기를 박았다. 역대 최초 팀 통산 4000홈런의 축포였다.

'이제부터 내 영혼의 파트너는?' 삼성 장원삼이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ㅗ며 포수 이흥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삼성)
이흥련은 투수 리드도 돋보였다. 장원삼과 함께 7회까지 두산 타선을 앞서 장원삼은 3승4패 ERA 6.05로 부진했다. 특히 38이닝 동안 홈런을 10개나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최고 구속은 143km였지만 특유의 제구력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 등 원래 모습을 찾았다.

본인의 각성도 있었을 테지만 이흥련의 리드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장원삼은 이날 6⅔이닝 5탈삼진 5피안타 1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4승)가 됐다. 이흥련은 9회말 양의지의 파울 뜬공을 잡아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처리했다.

6-1로 이긴 삼성은 특히 이날 한화에 덜미를 잡힌 SK를 끌어내리고 1위에 복귀해 기쁨이 더했다. 또 니퍼트 상대 8연패의 지긋지긋한 사슬도 끊어냈다. 이흥련의 투입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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