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날 발열 증세를 보여 격리 치료에 들어간 76세 남성에 대해 유전자 진단 검사를 벌인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국내 최초 확진 환자인 A(68)씨와 2인실 병실을 함께 사용했던 환자 C씨로,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던 시간은 5시간가량이다.
양 본부장은 "A씨가 먼저 입원해 해당 병실에 15~17일 머물렀다"며 "두 사람이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A씨의 경우 발열 등 최초 증상을 보인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ㄱ의원을 외래 방문했고, 15~17일 종합병원급인 ㄴ병원에 입원했다. 이어 17일에 다시 서울에 있는 ㄷ의원에서 30분가량 진료를 받은 뒤 20일 ㄹ병원에 입원했다가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A씨가 감염 이후 찾아간 의료기관은 모두 다섯 군데로, ㄴ병원에서 C씨와 다섯시간가량 '조우'한 셈이다.
양 본부장은 "A씨가 ㄱ의원과 ㄴ병원에서는 중동 여행 경험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20일 오후 귀국한 A씨의 직장 동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의료진은 "A씨와 B씨는 현재 호흡 곤란 증상 없이 안정적인 상태"라며 "C씨 역시 기저질환 외에는 경미한 발열 외에 다른 증세는 없다"고 밝혔다.
A씨와 아내 B씨의 경우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과 '리바리린'을 사용해 치료중이며, C씨의 경우 주로 대증요법을 통해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고대 의대 김우주 교수는 "2인 병실의 경우 침대 간격이 보통 1~2미터 안팎"이라며 "가까이서, 장기간, 또 바이러스 분비가 많은 중증 환자와 있을 경우 감염 우려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질병관리본부 지침에는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를 '밀접 접촉'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가령 A씨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손에 바이러스가 묻었다면, 문 손잡이를 잡아도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일단 이들 환자와 '밀접 접촉'이 의심되는 가족 및 의료진 64명에 대해 '가택 격리'에 들어갔다. 환자 접촉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 격리되며, 이 기간 일일 모니터링을 통해 증상 발현 여부를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양병국 본부장은 "이들 환자와 직접 대면한 가족과 의료진뿐 아니라, 엑스레이를 찍은 기사나 급식요원까지 광범위하게 격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부연했다.
다만 A씨가 귀국할 때 같은 항공기를 탔던 승객이나 승무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첫 증상이 발현된 12일 이전의 '잠복기'여서 전염력이 없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