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은 21일 서울역광장에서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규탄대회를 열어 "밥쌀용 쌀 수입은 WTO 쌀협상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사 앞까지 행진을 한 뒤 밤샘농성을 벌였던 이들은 이날도 들녘에 심어야 할 모판을 머리에 이고 정부서울청사로 도심을 걸었다.
전농 조병옥 사무총장은 "지금 쌀값이 20년 전 가격인 한 가마에 15만 원인데, 밥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건 쌀값을 더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라면서 "농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농의 말을 종합해보면, 가공용만 수입하기로 했던 앞선 네 차례의 공매와 달리 지난 8일 정부가 밥쌀용 쌀 1만톤 수입 계획을 밝힌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다.
수입쌀은 떡이나 과자, 막걸리를 만드는 가공용과 가정이나 식당에서 쓰는 밥쌀용으로 나뉜다.
정부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1차, 2005년부터 다시 2차에 걸쳐 각각 10년씩 지난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했다.
쌀 관세화는 수입 수량의 제한이나 수입 허가제 등 관세 이외의 각종 장벽들을 없애고 국내외 가격 차이만큼을 관세로 설정해 관세만 내면 누구나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일정 물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30%가 밥쌀용이었다.
그러나 매년 증가해온 쌀의 의무수입물량이 국내 쌀 수급에 큰 부담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쌀 관세화를 결정했고, WTO에 개방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의무수입물량의 30%를 밥쌀용으로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농민들은 이를 정부가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이번 정부의 수입 계획 발표를 지켜보며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정부는 "관세율 513%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밥쌀용 쌀 수입"이라는 입장이지만, 농민들은 "기습적인 밥쌀용 쌀 수입 발표는 WTO 쌀 협상에서 이면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한 퍼주기"라고 주장했다.
전농은 다음달 농민대회를 연 뒤 하반기에는 10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통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