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원의 깨톡] 최연소 국가대표 강정은을 아시나요

15세 어린 나이로 아시아 최강 등극, 목표는 2016년 리우 패럴림픽

지난해 열다섯 어린 나이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혀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지적장애 수영선수 강정은은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과 겨루는 것이 꿈이다.(자료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강정은(대구 상원고)를 아십니까.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15세 어린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혀 접영(S14) 50m와 개인혼영(SM14) 200m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바로 그 소녀입니다.

처음 출전한 장애인아시안게임이었지만 정은이는 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그치지 않고 2관왕까지 차지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정은이의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2014년 기준 정은이는 아시아 1위, 세계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냈습니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세계 ‘톱 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정은이가 유일했습니다.

지난 19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한 정은이는 가뿐하게 3관왕에 등극했습니다. 지난 8회 대회에서도 최우수선수상을 받았고, 성인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당당히 승리했던 만큼 또래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여자 50m 배영S14(발달장애) 고등부에서 35초92의 성적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습니다. 2위 선수의 기록은 47초대였습니다. 잠영부터 또래 선수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던 만큼 우승은 당연했습니다. 자신의 성적이 최고 기록보다 부족했다고 아쉬워하는 정은이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은이는 이어 열린 여자 100m 자유형 S14 고등부와 100m 배영 S14 여고부에서도 각각 1분08초96, 1분18초62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두 부문 모두 2위 선수와 18초, 25초가량 차이를 벌린 일방적인 경기였습니다.

◇지적장애 소녀의 인생을 바꾼 수영과 우연한 만남

정은이는 우체국에 다니는 아버지와 지적장애 3급을 가진 어머니의 둘째 딸입니다. 장애인 수영 선수로 활약 중인 언니(강주은) 역시 지적장애 3급입니다. 정은이는 4살 때 처음 장애를 알게 됐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에 가족들은 뒤늦게 장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와 언니에 이어 정은이까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데다 아버지도 아침 일찍 출근하면 저녁 늦게나 퇴근하기 때문에 정은이네 가족은 고모의 보살핌 속에 살았습니다. 정은이 고모 강말순(63)씨는 정은이네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2층집을 구해 1, 2층에 나란히 살 정도로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고 있습니다.

정은이와 언니가 수영을 하게 된 계기도 고모 덕분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조카들을 위해 피아노와 미술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도와준 고모가 자신이 다니던 수영센터에 조카들을 데리고 간 것이 자매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 나이가 정은이는 초등학교 4학년, 언니 주은이는 중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수영장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두 자매는 크게 돋보이는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두 자매의 수영 실력이 또래 친구들을 훌쩍 뛰어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언니도 뛰어난 기량으로 현재 장애인 실업 수영팀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동생인 정은이의 기량은 말 그대로 ‘일취월장’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고모 강말순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대회를 나갔는데 그때만 해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부터 나가는 대회마다 1등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배영을 주종목으로 하는 정은이는 지금까지 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전국마스터즈어울림수영대회, 전국장애수영선수권대회 등 출전한 대회마다 1등을 휩쓸었습니다. 뛰어난 수영 실력 덕분에 정은이는 또래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정은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동료 선수들이 찾아왔을 정도입니다.

배영을 주종목으로 하는 지적장애 수영선수 강정은은 2016년 리우 패럴림픽을 목표로 하루 4시간 이상의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기록을 끌어올리고 있다.(자료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수영천재’ 정은이에게 아시아는 좁다

정은이는 성당중학교에 다니며 학교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같은 장애를 가진 선수들 가운데 단연 아시아 최고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정은이를 위한 배려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도 계속됐습니다.

야구와 럭비로 유명한 대구 상원고는 정은이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별지원팀까지 만들었습니다. 이 학교의 김영탁 교장은 정은이를 담당하는 특수학급의 담임교사와 함께 변성욱 체육교사가 전담 지원을 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습니다.

주변의 도움 덕에 정은이는 하루에 물속에 머무는 시간만 최소 4시간에 달할 정도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추워서 훈련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정은이는 스스로 자신과 수영의 궁합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수영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을 뿐 아니라 수영을 하면서 친구들도 많아진 덕분에 정은이는 오늘도 차가운 물 속에서 묵묵히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정은이의 목표는 내년 브라질 리우 패럴림픽입니다. 한국과 아시아 무대를 차례로 접수한 만큼 다음 활동 무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당찬 각오입니다. 훈련양이 너무 많아 어깨에 부상이 생겨 스트로크하는 동작이 약간 불편해질 정도지만 정은이는 당연히 세계정상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세계적으로 정은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수영선수가 많지 않은 만큼 리우 패럴림픽에 해당 종목이 개최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2012년 런던 대회에 정은이와 같은 S14 배영은 100m뿐이었습니다. 총 18명의 출전 선수 대부분이 영국 인근 국가 선수들이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그래도 정은이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해 세계적인 수준과 자신의 기량을 직접 비교해보겠다는 각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특별한 응원이 필요했습니다. 하루 종일 수영만 생각한다는 정은이가 수영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바로 인기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무뚝뚝했던 사춘기 십대소녀의 얼굴을 환한 미소와 함께 발그레하게 물들인 주인공이 바로 양요섭이었습니다.

정은이는 “(양)요섭 오빠를 만나고 싶어요. 요섭 오빠를 만나면 리우 패럴림픽에서 금메달도 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수줍게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정은이도 별수 없는 10대 소녀였습니다. 정은이는 오늘도 자기가 좋아하는 ‘요섭 오빠’를 만날 그 날을 기다리며 리우 패럴림픽을 목표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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