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금남의 기숙학교…소녀들은 왜 사라졌을까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주연 미스터리 '경성학교'…제작보고회 통해 베일 벗어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한 장면(사진=청년필름 제공)
1938년 경성의 한 기숙학교,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주란(박보영)은 계모의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전학을 온다. 낯설고 고립된 학교에서 주눅이 든 주란은 좀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외면한다.

그런 주란에게 다가와 주는 이는 급장인 연덕(박소담)과 교장(엄지원)뿐이다. 연덕과 금세 가까워진 주란은 우수학생만 갈 수 있다는 도쿄 유학에 연덕과 함께 가기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이 하나둘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주란은 사라진 소녀들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교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우수학생 선발에만 신경쓸 뿐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의문을 품은 주란, 하지만 곧 그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이 보였던 동일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때 유행했던 학교 괴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금남의 여자 기숙학교라는 공간과 만나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로 다음달 18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 제작 청년필름·비밀의화원, 이하 경성학교)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38년은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민족말살통치기로 불리는 비극적인 시기다. 황국 신민화 정책 아래 신사참배, 일본어 사용, 창씨개명을 강요당했던 까닭이다.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해영 감독은 "1930년대는 국민들에게 심정적으로 무겁게 남아 있는데, 영화계에서도 이 시기를 소재로 했을 때 성공한 경우가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시대"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제대로 모르는 시대인 만큼 상상력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과감하게 모험을 했다"고 전했다.

◇ 고증의 한계 벗어던진 상상력으로 빚어낸 볼거리…세 여배우 시너지 극대화

영화 경성학교는 금남의 공간인 여자 기숙학교를 다뤘다는 점도 흥미를 끈다. 남성성 강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 작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고증의 한계를 벗어나 다채로운 상상력을 덧입힌 모습이다.

소녀들이 생활하는 304호 기숙사는 일렬로 늘어선 침대와 기둥 등 직선적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남성미와 여성스러운 소품이 어우러지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획일화된 규칙에 따라 생활하는, 소녀들이 입는 의상은 교복과 잠옷, 운동복 세 벌뿐이다. 이 점에서 각 의상별로 디자인과 재질감에서 세심한 변화를 줬다. 이러한 작은 변화를 준 학생들의 의상 속에서, 경성의 신여성들이나 입었을 교장의 다양한 의상 스타일은 특별한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 감독은 "데뷔작인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경우 성소수자의 성장영화, 두 번째 작품은 성적 농담을 담은 '페스티벌'(2010)로 모두 코미디였다는 점에서 장르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며 "양념이 많이 들어간, 센 영화를 만들고 싶던 와중에 미스터리 영화를 생각했고, 남성영화가 많이 기획되는 때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경성학교를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에 공들인 목적은 엄지원 박보영 박소담 세 여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고, 이들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며 "어떤한 모습이 만들어질까 기대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재밌게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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