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생전 육성과 메모지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포함해 금품수수 시기와 장소, 방식 등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팽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시험대로 여겨지는 만큼 검찰은 재판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지검장)은 홍 전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해 불구속 방침을 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핵심 증인에 대해 회유를 시도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돼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관심이었지만 불구속 수사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두 사람의 기소를 위해 막판까지 참고인들을 불러가며, 관련 증거 자료를 정리하는 등 기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데에는 법원에서 혹시라도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수사에 미칠 타격 등 여러가지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미리 패를 보이지 않기 위한 이유도 일부 작용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을 일부 드러내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바로 재판을 시작함으로써 법정에서 보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
검찰은 불구속 방침을 밝히면서도 두 사람에 대한 기소 여부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지 않았다며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기소를 위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이번 사건은 재판으로 넘겨진 뒤에도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략적인 분위기이다.
우선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에 남긴 육성과 옷 속 메모지의 증거능력 여부부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착수의 근거가 된 육성과 메모지를 중요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 할 물적 증거물들을 확보해 신빙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 지사는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삼기 어렵다"며 "반박이 불가능한 고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이다"고 검찰 수사단계부터 여론전을 펼쳤다.
육성과 메모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에 따라 증거능력도 갈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금품수수 정황을 목격한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이 재판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홍 지사에게 직접 1억원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이 전 총리에게 돈을 준비해 갔다고 진술한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법정 진술이 주목된다.
윤 전 부사장은 2011년 6월 옛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측이 준비한 현금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홍 지사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홍 지사와 나모 전 보좌관 등 측근들은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윤 전 회장의 진술도 오염됐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증인들이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돈을 준비해 사무실에 가는 것을 봤다는 성 전 회장 측의 측근들과, 두 사람이 만난 것을 본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증거들을 막판까지 수집하고 있다.
홍 지사는 검사 출신인 만큼 사건 초기부터 재판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내며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이 전 총리 또한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침묵하고 있지만 총리직 사의 표명 직전까지도 조직적으로 주변인들을 접촉하고 여론전을 펼치며 말맞추기를 시도했다.
이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물적 증거물과 깜짝 진술을 제시해야 한다.
검찰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두 사람을 소환 조사할 당시에도 가진 패를 거의 내비치지 않고 보안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종합적인 기록과 증거관계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해서 혹시 부족한 점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하며 신중함을 내비쳤다.
특수통으로 불리는 한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워낙 거물급에 자신을 옹호할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이다. 검찰이 재판에 대한 준비를 더 철저히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