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우선 반 총장의 방북을 갑자기 취소한 북측의 진의 파악이 중요한데 이것부터가 쉽지 않다.
반 총장은 취소 사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받지 못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정보당국도 아직 단서가 될 만한 정보나 첩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20일 "북한이 그만큼 예측 불가능하고 내부의 매커니즘도 취약하다는 것 외에는 파악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북 소식통들은 대체로 북한 내 강경기류에 주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반 총장이 개혁개방을 (북한에) 압박할 것이란 오해에 근거해 군부와 통전부 간에 대립이 있었고 김정은 제1비서는 군부의 손을 들어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남관계를 현재의 긴장 수위로 유지해 가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반 총장의 이벤트성 방문이 자기에게 별 이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북한 체제가 아무리 비정상적이라 해도 유엔 수장에 대한 방북 승인을 하루 만에 뒤집은 이유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처음부터 방북을 불허해도 될 일을 이렇게 키울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현영철 숙청설 등으로 회복 불능의 '불량국가' 낙인이 찍혀있는 상태다. 일부러 자충수까지 둘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전과 경호 문제 때문이란 해석과 함께, 최근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불만 표출 등이란 관측이 분분하다.
어찌됐든 북한의 이번 처사로 남북관계는 더욱 출구를 찾기 힘들게 됐다.
남북은 최근 북한의 잠수함 탄도탄(SLBM) 시험과 현영철 사건 이후 막다른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포정치'를 비판한 것에 북한은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극언을 퍼부었다.
각각 '국가 원수'와 '최고 존엄'에까지 직격탄을 날린 이상 휴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이런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맞으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앞두고 위성을 발사하고 4차 핵실험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국무장관 등 미국측 인사들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공론화하며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엄혹해지는데 남북은 냉전 대결을 반복하며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