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서점가에 닥친 '은밀한 검열'…시진핑 2년의 그림자

(사진=플리커/자료사진)
홍콩 서점가에 은밀한 '검열'이 가해지고 있다. 중국과 달리 인터넷 사용이나 출판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홍콩의 사정이 최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중국화(mainlandisation)'의 결과다.

영국 가디언은 '메인랜드(mainland)'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홍콩의 언론·출판업계 지형이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의해 정치적 내용의 책들이 판매 금지되면서 해당 책들이 더이상 홍콩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홍콩 서점에서 판매금지 서적을 찾으면 겉으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대답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


예컨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시위대 무력 진압을 명령한 덩샤오핑에 저항하다 숙청된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오쯔양의 '국가의 죄수'를 찾으면, '이 서점에서는 안 판다','품절돼서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등의 애매한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책은 중국에 의해 판매가 금지된 서적이다. 콘텐츠 검열이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검열이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화되고 있는 '중국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의 그린필드 서점 관계자는 "시진핑 집권 2년 동안, 중국에서든 홍콩에서든 이전까지 용인되던 것들이 용인되지 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서점에서 책을 파는게 어려워져서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책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배송이 안되고 있다. 선전(深圳)에 있는 택배사를 이용했었는데 그들도 더이상 일거리를 안받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판매금지 서적 대부분은 비공식적으로 출판된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전기나 정치 스캔들을 다룬 책들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서적을 다수 출판해온 독립 출판사 뉴센추리프레스도 "지난 2년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예전에는 어느 서점에서나 중국의 판매금지 서적을 구비해 놓고 비공식적으로라도 팔았지만, 이제 그런 것도 전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센추리프레스가 출판한 쟈오쯔양의 '국가의 죄수'는 지금까지 이미 15만 권이나 유통됐는데도, 이제 홍콩 서점에서는 더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정치적으로 유해한 홍콩 출판물'에 대한 중국의 캠페인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캠페인이라는 명목 하에 중국은 홍콩 여행사에까지 압력을 행사했다. 여행사 관광상품을 통해 홍콩에 방문한 중국 여행객이 판매금지 서적을 구입해 귀국할 경우 해당 여행사에 벌금을 매기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어떤 책들이 판매 금지됐는지 공식적으로 표명한 명단 같은 것은 나와있지 않다.

홍콩대의 마이클 데이비스 교수는 "중국의 정치적 압력보다도, 진짜 문제는 홍콩 정부가 우리의 자율성을 위해 싸워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정부는 단지 홍콩 시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중국을 기쁘게 할지에 대해서만 설교하려고 들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화' 정책은 지난해 홍콩 시민과 학생 등이 참여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인 '우산 혁명'를 촉발시킨 요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약 79일간 이어졌던 우산혁명은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제한하자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시작됐으며, 경찰의 최루탄 진압을 시민들이 노란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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