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수장에 대한 심각한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라도 결정을 번복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반 총장은 지난 2009년에도 날짜까지 받아놓고 북측 요청으로 방북이 취소된 적 있다. 연거푸 퇴짜를 맞은 셈이다.
다수의 대북 관측통들은 북한의 이번 결정에 군부 강경파들이 간여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반 총장이 개혁개방을 압박할 것이란 오해에 근거해 군부와 통전부 간에 대립이 있었고 김정은 제1비서는 군부의 손을 들어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일각에선 반 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미얀마식 개방'을 촉구하는 성급한 움직임도 있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명확하게 방북 승인을 받았다면 누군가 중간에 뒤집은 것이고 이는 강경파일 수밖에 없다"며 "대남관계를 현재의 긴장 수위를 유지해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반 총장의 이벤트성 방문이 자기에게 별 이득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판단 때문이라면 애당초 방북 허가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다른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반 장관의 방북을 처음부터 불허했더라면 다소 비판은 받을지언정 외교적 부담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 총장에 대한 의전과 경호문제가 쟁점이 됐거나, 아예 사전조율 자체가 미비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반 장관을 영접할 북측 고위인사를 누구로 하느냐 등을 놓고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 장관의 방북 문제를 놓고 유엔과 북측이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하다 방북 이틀 전(19일)에야 타결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유엔은 20일 실무자 2명을 개성공단에 선발대로 보낼 계획이었지만 이는 단순한 사전답사 성격에 불과하며, 보다 내밀한 협의는 다른 차원에서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