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묻을 땅 파면서도 피해자 행세 "아빠 나 출근"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여친 암매장 살인범 2주간의 행적

(자료사진)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붙잡힌 2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0일 이모(25)씨에 대해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일 관악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A(26)씨를 살해한 뒤 충북 진천의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의 한 호텔에서 자살 시도를 한 뒤 경찰에 자수한 이씨는 19일 관악서로 이송돼 6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 씨는 경찰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말다툼을 심하게 했고,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말에 격분해 목 졸라 죽였다"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직후 이틀 동안 A씨 시신과 함께 생활하다 시신을 은폐하기로 결심하고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노끈과 청테이프, 시멘트 8포, 삽 등을 구입한 뒤 신림역 부근에서 승합차를 렌트했다.

이후 6일 충북 제천으로 내려가 삽으로 구덩이를 판 뒤 7일 시신을 유기하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암매장했다.

이씨는 시신을 암매장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장소를 물색하고 시멘트 시공하는 방법까지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가 시신을 유기한 뒤 11일 렌터카를 반납할 때까지 수원과 용인 등 공사현장과 길거리를 다니며 범행에 사용한 삽과 고무대야, 피해자의 옷, 신발 등을 버렸다고 밝혔다.

이후 용인의 친구 집에서 기거하던 이 씨는 지난 16일 수원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해운대 한 호텔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112에 "내가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 안부 묻는 문자에 여친인 척 "일찍 출근해" 문자도

경찰은 또 이씨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열흘 넘게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확인한 결과 이씨는 지난 7일부터 16일 경찰에 자수하기 전까지 A씨 휴대폰으로 A씨의 아버지와에 43차례, 동생 7회, A씨 여자 후배와 10차례 등 모두 50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출근했냐"고 묻는 A씨 아버지 문자에 "응 일찍 출근해"라며 태연히 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원룸 CCTV를 확보, 하드디스크 복구를 위해 디지털 분석을 의뢰했으며 렌터카를 압수해 GPS운행기록을 토대로 행적을 분석중이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A씨 가족에게 임시 숙소를 지원하고, 피해자지원협회와 연계해 가족들에 대한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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