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를 기억하는 영화인들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일 것"이라고 회상한다. 이는 소위 예술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새로운 영화 문화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복제 비디오를 보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던 이들이 제대로 된 명작을 극장에서 필름으로 본 첫 시도인 것이다.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이 1994년 설립된 영화사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은 창사 이래 230여 편의 주옥 같은 예술영화들을 수입·배급해 왔다.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씨네마텍·광화문 씨네큐브·아트하우스 모모 등도 운영하며 한국의 영상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로 설립 21주년을 맞은 백두대간이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백두대간 21주년 영화제 20+1'을 연다. 지나온 21년의 결실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축제인 이 영화제는 영화제, 포럼, 기획전시, 바자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려진다.
◇ 개막작 '희생' 등 20편 35㎜ 필름으로 상영… 폐막작 '윈터 슬립'은 디지털로
35㎜ 필름으로 상영되는 작품은 개막작 '희생'을 비롯해 에밀 쿠스트리차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베르너 헤어조크 '아귀레 신의 분노', 니키타 미할코프 '위선의 태양', 루이스 브뉘엘 '욕망의 모호한 대상', 프레데릭 폰테인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르네 랄루 '판타스틱 플래닛',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마를렌 고리스 '안토니아스 라인', 바흐만 고하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 테오 앙겔로플로스 '안개 속의 풍경', 마이클 윈터바텀 '인 디스 월드', 켄 로치 '빵과 장미', 폴 그린그래스 '블러디 선데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엉클 분미', 이리 멘젤 '가까이선 본 기차', 타비아니 형제 '로렌조의 밤'이다.
또한 23일(토) 오후 3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예술영화는 다양성의 꿈을 꾸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될 이날 포럼에서는 '아트버스터'라 불리는 일부 다양성영화의 커다란 상업적 성공이 기존의 독립·예술영화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는 역설적인 현실을 진단한다.
이 자리에는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수석 프로그래머, 다큐멘터리 배급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 등 독립 예술영화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이번 영화제 상영시간표는 아트하우스 모모 홈페이지(arthousemomo.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영화사 백두대간·아트하우스 모모(02-747-7782, contact@arthousemomo.com)에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