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사실을 18일 오후 2시에 발표했다.
조 수석은 이날 오전에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 만큼 사의 수용과 언론 발표까지 공식적으로 반나절 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조 수석은 연금 개혁안의 국회통과가 무산된 지난 7일 이미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18일 사의 수용으로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퇴의 전격성이 더 강하게 전달됐다.
조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데는 우선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청와대의 대국회 업무를 총괄했던 정무수석으로서 책임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의 수용 발표 이후 "조 수석에게는 책임이 없다, 국회 선진화법 때문이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을 둘러싼 당청간 이견 조율에 조 수석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6일 공무원 연금개혁안의 국회 처리를 하루 앞두고 의원총회를 여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조윤선 수석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조 수석의 사의 표명보다 이를 전격적인 방식으로 수용한 박 대통령의 의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박 대통령이 최측근인 조 수석을 사퇴시키면서까지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과 별개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이번 5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강한 촉구성 메시지를 정치권에 표명한 셈이다.
조 수석이 직접 작성한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 연금개혁이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개혁과정의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특히 "공무원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은 애초의 개혁의 취지를 몰각한 것으로써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고 정치권을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저는 비록 사임하지만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개혁을 완수해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리는 바"라는 대목에서는 사퇴에 임하는 조 수석의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조 수석은 '사퇴의 변'을 통해 '선 공무원 연금 후 국민연금 논의'라는 박 대통령의 기본 방침을 웅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조 수석의 사퇴에 대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합의를 파기한데 대한 책임 회피용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 대변인은 "당청간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협상권 재량을 운운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 메시지인가?"라며 사퇴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의 대국회 창구 역할을 했던 조수석에게 책임을 물어 사표를 수용하는 카드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합의와 이에 따른 책임을 '없던 일'로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인 셈이다.
어쨌든 '국민연금과 별개로 공무원 연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박대통령의 뜻은 조수석의 사표를 전격 수용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국민 여론에 더욱 강하게 부각되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짐을 싸 청와대를 떠난 조 수석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내년 총선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수석은 현 정부 출범이후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 요직을 수행한 만큼 박 대통령의 호출을 받아 다른 핵심 공직에 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