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현 브라질 태권도 국가대표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실바가 출전을 노리는 올림픽 태권도 체급은 최중량급인 남자 80㎏초과급. 이 체급에서 현재 브라질 1위는 길헤르메 세자리오 펠릭스(26)다.
세자리오 펠릭스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7㎏초과급에도 출전했다. 그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16강전에서 피르민 조쿠(코트디부아르)에게 4-7로 져 탈락했다.
대회 폐막일인 18일에 경기장인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만난 세자리오 펠릭스는 "실바가 대표선발전에 출전한다면 얼마든지 상대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실바는 이종격투기에 앞서 태권도를 배우고 파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바는 태권도 유단자이며 브라질태권도협회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물론 지난 1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일시 자격정지 상태에 놓여 있는 실바가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넘어서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실바가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에 도전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세자리오 펠릭스는 조금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내년 올림픽이 이제 1년여 남았지만 태권도를 수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대표 선발전은 2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실바가 UFC의 전설이지만 태권도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실바가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올림픽 태권도 브라질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브라질태권도협회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회장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자 세자리오 펠릭스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난 농담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마케팅의 하나로 본다", "위험한 모험이 될 것이다"라는 글 등을 남기며 평가절하했다.
세자리오 펠릭스는 "실바가 바로 국가대표가 되는 건 아닌지 의혹이 많았을 때였다"라면서 "하지만 협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해 대표 선발전에 나가겠다고 한 뒤로는 마음이 놓였다. 바로 내가 원한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 발전을 위한 긍정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실바의 도전을 반기면서 대표선발전을 통한 공정한 경쟁은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바가 태권도 훈련을 하는 영상을 봤다는 세자리오 펠릭스는 "일반적인 태권도 자세, 킥과는 다르더라"면서 "올해 태권도는 작년 것과 다를만큼 태권도는 빠르게 변화한다. 20여년 전 태권도를 한 실바가 현대화된 태권도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표선발전에서 실바와의 대결에 대해서는 "스코어는 관계없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림픽 태권도는 남녀 4체급씩 8체급으로 나눠 치르지만 국가별로는 남녀 2체급씩, 최대 4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다.
세자리오 펠릭스에 따르면 브라질협회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체급으로 이미 남자 80㎏초과급은 확정했다. 브라질이 이 체급을 올림픽 출전 체급으로 정한 것은 처음이다.
태권도를 수련한 아버지를 따라 열두 살에 처음 태권도복을 입었다는 상파울루주 출신 세자리오 펠릭스는 고국에서 열리는 내년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2013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제1회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을 만큼 기본 실력은 갖춘 선수다.
현재 그의 남자 80㎏초과급 올림픽 랭킹은 13위다. 브라질에서는 마이콩 시케이라(32위), 루카스 올리베이라(77위) 등이 경쟁자이지만 세자리오 펠릭스가 한 발 앞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