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70kg 제조,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암살 시도 등 말로만 들어서는 엄청난 범행을 저지른 일당이 북한에서 필로폰을 만들어 가져오다 중국 공안에 뺏기는가 하면 암살을 하려 해도 손발이 맞지 않는 등 번번이 실패한 탓이다.
▣ 북한과 짜고 필로폰 70kg제작...정작 "중국에만 좋은 일"
김모(62)씨와 방모(68)씨, 황모(56)씨는 1997년 북한공작원 A씨로부터 북한이 장소를 제공할테니 필로폰을 제작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이들은 이듬해부터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필로폰 제조를 위한 반응로, 냉각기 등 물품을 구입했고, 압록강을 도강해 밀입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황해북도의 한 북한공작조직시설에 도착한 이들은 지난 2000년 6월부터 한달 동안 약 70kg의 필로폰을 생산했다.
이 가운데 절반을 북한에 넘긴 이들은 북한 전투원들의 호송을 받으며 압록강을 건넜고, 약속대로 나머지 절반인 35kg을 자신들의 몫으로 챙겼다.
하지만 전달책 이모씨가 이듬해 9월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면서 35kg의 필로폰은 고스란히 중국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 킬러, 조폭마저 외면한 '황장엽 암살'
2009년 9월 초 김씨는 중국에서 북한공작원 A씨를 만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대한 암살 지령을 받았다.
"나라도 버리고 가족도 버린 놈은 처단해야 하지 않겠느냐", "황장엽을 꼭 죽이지 않아도 병신을 만들어 걸어다니지 못하게 하라'", "죽일 수 있는 사람을 구해보고 주거지와 동향을 파악하라"는 내용이었다.
귀국한 김씨는 특수부대 출신 킬러, 조직폭력배 등을 통해 암살을 시도하려 했지만 킬러가 귀국을 하지 않거나 조직폭력배가 실행하기로 한 전날 돌연 "주기로 한 현금 50만불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하는 통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김씨는 황 전 비서에 대한 자료를 건네주던 지인 C씨를 통해서도 암살을 실행해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외국인을 동원하겠다며 100만불을 요구하는 바람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북한공작원 A씨는 김씨에게 "선금을 없애봐라" "가격조율을 해봐라" 등 가격협상 지령을 계속 내렸고, 결국 김씨는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중국을 출입하면서 황 전 비서 암살을 놓고 '모의'만 벌였다.
A씨는 김씨가 거래하는 이의 '충성도 테스트'를 위해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에 대한 암살 지령을 내리기도 했으나, 황 전 비서가 2010년 10월 10일 숨지면서 모든 계획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매번 우리돈 200~300만원 상당의 '활동비'만 총 2800여만원을 받았다.
▣ 북한이 지령 내렸다가 철회하기도
황씨 역시 지난 2004년 중국에서 A씨를 만나 북한 인권운동가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씨에 대한 암살 지령을 받았다.
"폴러첸씨는 반북활동을 하는 외국인"이라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대립만 생기게 한다. 암살이 가능하겠나"라는 제의를 받은 황씨는 이후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위장한 범행을 이행하겠다는 구상을 전달했다.
하지만 북한이 외교 문제 등을 우려해 암살 계획을 철회하면서 A씨로부터 "더 이상 안해도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백재명)는 국가정보원, 경찰청과 공조해 수사한 결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국가보안법위반(목적수행) 등 혐의로 김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의 경우 미국산 군용 쌍안경 2대를 건네는가 하면, "당의 높은 분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요청에 체지방 측정기와 공기주입식 안마기 각 2대씩을 구입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2013 한국군 무기연감'이라는 시중 책과 국내 가스저장소·열병합 발전소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필로폰 조직이 죄책감 없이 영리 목적으로 북한과 연계해 필로폰을 제조하고, 반북인사 암살을 시도하며, 군사상 이익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는 등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