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는 선수들에게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팀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팀에서 원했기 때문에 트레이드가 이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누군가에게는 트레이드가 새로운 기회다.
하준호(26)는 부산 토박이다. 경남고 출신으로 2008년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꽤나 공을 들인 외야 유망주다. 게다가 롯데 이종운 감독은 하준호의 경남고 시절 스승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준호는 지난 2일 4대5 트레이드를 통해 케이티로 팀을 옮겼다.
하준호는 4월11일을 마지막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타격감은 괜찮았다. 하지만 1군으로 올라온 뒤 대주자로 한 번, 대타로 한 번 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케이티 이적 후에는 10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9푼5리 맹타를 휘둘렀다. 15일 롯데전에서도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연장 10회말에는 고의 4구까지 얻어내기도 했다.
하준호에게 트레이드는 새로운 기회였다.
하준호는 15일 롯데전을 앞두고 "저기 있었으면 오늘도 못 나갈 것"이라면서 "감은 좋았지만, 나갈 기회가 없었다. 2군에 내려가서 4할을 치고 왔다. 그런데 대주자 한 번, 대타 한 번이 전부였다. 대타 나간 것도 화면이 바뀔 때라 아무도 모른다. 아무래도 케이티에서는 계속 나가니까 잘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실 2군으로 내려간 뒤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오전 7시부터 상동 야구장으로 출근해 모토니시 아츠히로 코치와 함께 방망이를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또 케이티 이적 후에는 이숭용 타격코치와 계속 대화를 나누며 단점을 수정하고 있다
하준호는 "모토니시 코치님과 특타를 하면서 폼을 교정했다"면서 "또 케이티로 와서도 코치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바꿨다. 특히 이숭용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매 타석마다 이야기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케이티의 분위기도 하준호가 날개를 펴는 데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선배들이 많은 롯데보다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케이티가 편했다.
하준호는 "(손)아섭이형과 (정)훈이형을 만났는데 '더그아웃에서 다리를 모으고 있어라'고 장난을 치더라"고 웃으면서 "사실 롯데에서는 형들이 많아서 눈치를 봐야 했다. 지금은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