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임흥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감독)
지난 주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최고의 현대미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한국 감독 최초로 은사자상이 나왔습니다. 은사자상은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다음으로 영예로운 상이죠. 은사자상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임흥순 감독인데요.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여성들에게 바치는 영화라면서 ‘위로공단’이라는 95분짜리 영화를 세계에 선보였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베니스를 들썩인 주인공, 임흥순 감독을 만나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임흥순>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축하드리겠습니다.
◆ 임흥순>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지난 주말에 저도 속보를 봤는데요.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임흥순, 이런 뉴스가 나와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감독님은 상이 확정됐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임흥순> 전날 주최측에서 시상식에 참여하라고 연락이 왔었어요.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은사자상은 전혀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저희도 깜짝 놀랐죠.
◇ 박재홍> 그랬군요.
◆ 임흥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감독님은 미술가 겸 감독님이신데요. 그런데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이잖아요.
◆ 임흥순> 예. 그렇죠.
◇ 박재홍> 미술전이라고 생각하면 그림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요. 상 받으신 건 9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에요? 제목이 ‘위로공단’이에요. 우리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다룬 인터뷰 다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이죠?
◆ 임흥순>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아시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다뤘는데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어머니 세대와 오누이 세대에 대해서 감사와 찬사의 영화로 기획됐습니다.
◇ 박재홍> 어머니 세대, 오누이 세대의 이야기를 담으셨다는 말씀이세요. 작품을 찍으시면서 수십 명의 일하는 여성들과 어머니들을 만나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인터뷰 순간이 있으셨어요?
◆ 임흥순>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데요. 한 분을 소개해 드리자면, 인천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예전 동일방직에 다니시던 선생님이 가장 기억이 나요. 인터뷰를 끝마치고 한 두세 시간 지나서 차로 돌아가면서 그 인터뷰들이 다시 기억에 나더라고요. 그래서 차에서 혼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의 삶과 말해주신 감정들이 뒤늦게 전달됐던 것들이 기억 납니다.
◇ 박재홍> 어떤 내용들이 그렇게 감동을 줬을까요?
◆ 임흥순> 어쨌든 일을 하시면서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것들에 대한, 알아주지는 않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살아오셨던 것들이 기억에 남죠.
◇ 박재홍> 그분의 삶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란 말씀이세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렇게 기억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러면 이 영화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 임흥순> 금천예술공장이라고 서울시 창작공간에서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이 있어요. 제가 2010년에 거기에 지원해서 들어가게 됐고요. 들어가서 보니까 금천예술공장이 있던 자리가 구로공단이 있던 지역이었어요. 저는 그동안 제가 들어간 공간에서 마주하면서 만들어가는 어떤 작업들을 많이 해왔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의 역사라든가, 여기에서 살았던 분들, 일했던 분들의 역사를 한번 찾아가보자 해서 실질적인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 임흥순> 형식적으로 새롭고 신선한 다큐멘터리다, 이렇게 얘기를 해 주셨고요. 또 다른 부분은 잃어버린, 그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잃어버린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줬다, 이런 평도 있었고요. 또 노동의 변화과정, 그러니까 예전의 어떤 육체적인 노동에서 감정노동으로 변화된 과정.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굉장히 섬세하게 잘 담았다, 이런 좋은 평들이 좀 많았습니다.
◇ 박재홍> 한 시대를 통과하는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 형식으로 잘 담았다, 이런 평가였던 것 같네요.
◆ 임흥순> 네.
◇ 박재홍> 그리고 ‘위로공단’ 다큐멘터리에는 감독님의 어머니도 나온다면서요?
◆ 임흥순> 네. 일단은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가지고 시작했고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제가 17년 전에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찍은 장면이 있습니다. 17년 전에 지하 봉제공장에서 어머니가 일하시는 장면과 최근에 일을 그만두시고 산행을 자주 하시는 모습이 있어요. 그래서 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 박재홍> 어머니가 봉제공장에서 일하셨던 거군요.
◆ 임흥순> 네. 한 40년 가까이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하셨어요. 보조라고 하죠.
◇ 박재홍> 그럼 이 영화 자체가 어머니의 삶에 드리는 선물 같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떻습니까?
◆ 임흥순> 네.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 박재홍> 말 그대로 어머니께 바친다, 이런 말씀도 하셨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서 어머니께 또 이 시대의 오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임흥순> 저희 집도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을 좀 해 주시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계속 남아 있어서요. (어머니께) 고생 많으셨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물감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옆집 가서 돈을 빌려 오셨고요.
◇ 박재홍> 옆집에 직접 가셔서요.
◆ 임흥순> 네. 옆집에서 가불을 해서 사주셨고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나는 좋다.’ 그런 얘기를 해 주셔서요. 이런 것들이 다 만족되고 충족된 건 아니지만, 어머님이 하시려고 했던 애정, 사랑 이런 것들이 계속 몸에 남아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 통해서, 그런 사랑이 작업을 하는 원천과 힘이 됐던 부분도 있습니다.
◇ 박재홍> 완성되기까지 또 감독님의 삶 자체가 어머니의 작품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 임흥순> 네.
◇ 박재홍> 이제 상도 받으셨고요. 또 극장에 개봉돼야 할 것 같아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 임흥순> 지금 배급사와 이야기 중인데요. 한 7, 8월 정도에 배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방송을 들으면서 감독님의 영화가 걸리면 꼭 보고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이 시대 일하는 여성들을 이야기.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 저도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임흥순>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베니스 비엔날레의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을 만나봤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