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교사 위한 교권 조례도 필요… 입법 예고"


- 학부모들의 담임교체요구, 대체로 좋은 해결책 안 돼
-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갑, 교사 을'? 그렇지 않아
- 스승찾기 서비스 악용 부담? 교사는 끝까지 제자 품어야
-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의무편성으로? 지방교육 중대 위기 국면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오늘 스승의 날입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교권침해입니다. 최근 몇 차례 논란이 있었던 학부모들의 담임교체요구 그리고 어제 대법원이 효력을 인정한 학생인권조례. 이를 두고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논란들 어떻게 봐야 하고 또 교육현장의 애로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말씀 나눠봅니다. 교육감님, 안녕하세요.

◆ 이재정>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최근 학부모들의 담임교사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체를 요구했던 사례, 몇 차례 있어서 논란이 일었는데요. 교육감님은 이런 논란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재정>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겪는 여러 가지 갈등과 대립, 이런 것이 대체로 53% 이상이 학부모들과의 갈등이거든요. 그 학부모들이 문제를 자기 자식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학생 전체를 생각해서 한 번 돌이켜본다고 하면, 이런 갈등을 좀 가급적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 박재홍> 그러면 이를테면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담임 교체 요구라든지 학부모들의 요구가 받아지기 위한 조건이라든지, 기준이 있을까요?

◆ 이재정> 이것은 전적으로 학교장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을 합니다. 이런 담임 문제가 만일 문제가 된다고 하면 이것은 학부모들이 담임과 직접 어떤 행동을 하거나 그것보다는, 학교장과 적절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한데요. 가능하면 문제 해결을 현장에서 해야지 담임교사를 교체하는 방법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실제로 이런 일이 있으면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진짜 엄청날 것 같은데.

◆ 이재정> 그 교사에게 주어지는 상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죠.

◇ 박재홍>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정말로 가끔 일부 교사들의 자질이 문제가 된다는 경우도 있고. 또 일부의 경우에 교내 성추행 문제도 있고 이런 사례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우들은 그러면 학부모들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재정> 그렇습니다. 사실상 선생님들이 임용과정에서 보면 선생님의 어떤 품성이나 인격 이런 것들을 검증하는 과정은 대체로 부족합니다. 저희들로서는 이런 분들을 대체로 교사들의 품성을 기르려고 노력을 합니다마는 사실상 임용과정에서부터 이런 문제들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교권도 보호하면서 또 선생님들의 자질 향상시키기 위한 그런 대책들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재정> 저희 교육청 같은 경우는 연수 프로그램 속에 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교육적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하고 있죠. 그것에 저희가 또 한편으로는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을 위한 조례도 좀 만들 필요가 있지 않느냐 해서 지금 조례가 입법예고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박재홍> 조례라면 교사들을 위한 조례를 말씀하시나요?

◆ 이재정> 그렇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이런 문제들을 현장에서 즉각 학부모들과 교원들간의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거든요. 이게 시간이 가고 그러면 갈등이 깊어져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서, 저희들은 원칙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현장에서의 해결 방안을 추구하는 그런 교권조례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조례 얘기를 말씀하셔서 여쭙겠는데, 어제 대법원에서 "학교 기록의 정정, 삭제 권한을 학생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유효하다" 이런 판결이 있었는데, 이걸 두고 보수진영 교육계에서는 "학생이 갑이 되었고 이제 교사는 을이다" 이런 비판도 있었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 이재정> 학생인권조례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학생들을 어떤 존중과 이런 것보다는 학생들을 그저 하나의 교육을 위한 통제와 어떤 제재의 대상으로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이 스스로 그것을 깨닫고 자기 위치를 찾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해야 하는 그런 과정에 저는 학생인권조례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제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학부모들한테도 치이시고 또 학생들한테도 치이면서 더 눈치를 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 어떤 선생님들의 사기문제다, 교권침해다,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마는.

◆ 이재정> 그러니까 선생님이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학생들을 잘 보살피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게 되면 이런 문제가 대체로 해결되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 심지어는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잘 안아주기만 해도 이런 문제들이 다소 해결되지 않느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 박재홍> 그런데 학생들을 사랑하고 교육에만 집중하시려고 하는데, 선생님들 설문 조사해 보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행정 업무라든지 잡무가 너무 많아서 교사생활에 회의가 느껴진다, 이런 분도 많으세요.

◆ 이재정> 그렇습니다. 이 문제도 상당히 중요한 과제죠. 외국 같은 경우에는 선생님들이 행정업무만 볼 수 있도록 한 달에 하루 정도를 완전히 비어준다든가 이런 제도도 있는데요. 우리는 아직 그런 제도는 없습니다마는 선생님들의 이런 행정업무의 경감을 줄어드리기 위한 노력이 정말 필요하죠. 지금은 국회, 도의회, 시의회 이런 데서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요. 저희도 행정 업무에 대한 경감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도 만들고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봉사 시스템도 만들고 하려고 지금 준비 중에 있는데요. 이게 작동이 되면 금년 가을부터는 아마 본격적으로 선생님들의 업무들을 좀 경감해 드릴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만나고 있습니다. 어제 뉴스 보셨을 텐데. ‘스승찾기 서비스’ 관련 뉴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서울시 교육청 발표를 보면 제자들의 스승찾기 거부의사를 밝혔던 선생님이 10명 중에 1명에 이른다, 이런 소식이 있었고. 이유를 들어보니까 졸업생들이 선생님들을 돈벌이 수단이나 또 악감정을 푸는 데 ‘스승찾기 서비스’가 이용된다 그래서 좀 많이 논란이 되고 충격도 줬었는데, 이런 현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이재정>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악감정으로 선생님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선의의 선생님을 찾아뵙고 학창시절에 뭔가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있고 또는 학창시절에 문제됐던 것을 푸는 그런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저는 스승찾기는 오히려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요. 설혹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하더라도 부작용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졸업생들에 대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도 할 경우가 있을 거고요. 그 학생들과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어떤 삶의 변화 같은 것도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시니까요.

◆ 이재정> 그럼요. 특히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선생님은 일생 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또 잊어서도 안 되는 거고요.

◇ 박재홍> 인생의 스승으로써 끝까지 역할을 해 달라 이런 말씀이시네요. 오늘 스승의 날입니다. 요즘 학부모들의 촌지 문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보십니까?

◆ 이재정> 저는 이제 학부모들이 학생을 학교 보낸 다음에 감사한 뜻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는 건 좋지만, 금전으로 뭐가 오고 가고 어떤 과도한 선물이 오고 가고 한다는 것은 학생교육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학교 교육의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가령 10만원을 기준으로 해서 징계를 한다든가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규정을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규정도 중요하지만 정말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학부모들이 정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이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안 되겠지만 학부모들이 선생님들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죠.

◇ 박재홍> 무엇보다 또 학부모들이 바뀌어야겠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재정> 그렇습니다.

◇ 박재홍> 한 질문만 더 드리죠. 정부가 이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정부 방침 어떤 입장이십니까?

◆ 이재정> 정말 큰일 났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학생과 학교를 위해서 내주는 교부금이라는 게 있는데, 교부금의 액수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누리과정을 부담해라 그러면, 대체로 학생들에게 돌아갈 교육비의 몫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거거든요. 가령 경기도 같은 경우에 지금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교부금 전체 액수의 13% 정도 됩니다. 그러면 그 13% 액수만큼 그동안 교육혜택을 받았던 초중고 학생들에게 교육의 혜택이 줄어든다는 거죠.

◇ 박재홍> 그렇군요.

◆ 이재정>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의무편성하도록 하려고 하면 교부금의 액수를 늘려주지 않으면 사실 합리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 아니었습니까? 또 이를 두고 굉장히 논란이 많은데요.

◆ 이재정> 그렇습니다. 이것이 국책사업이고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기 때문에 이행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요즘에 또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기르고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출산장려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저는 이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마는, 이 사업을 의무편성을 하도록 하면 여기에 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사실 이것을 이행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이런 피해 문제를 생각해야 될 거고요. 또 하나, 현실적으로 보면 교부금 가지고 인건비와 누리과정도 못한다는 얘기가 되죠. 그럼 다른 부분은 전혀 어떻게 쓸 수 있는 분야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교육청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겠네요.

◆ 이재정> 이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지방교육의 중대한 위기일 뿐만 아니라 이건 지방교육을 어떻게 해 나갈 수 없는 길이 없게 만들어지는 것이죠.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재정> 네, 안녕히 계십시오.

◇ 박재홍>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었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