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 누구나 마음 속 불안감이 커진다. 소속팀은 나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까, 만약 자유계약시장에 나간다면 나를 원하는 팀이 있을까 등등 생각이 많아진다.
강병현(30·안양 KGC인삼공사)도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남들보다 고민에 잠긴 시간은 적었다.
프로농구 KGC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강병현을 꼭 잡아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 구단 역시 강병현이 다른 팀과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협상은 별 탈없이 진행됐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12일 강병현과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4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FA와 원소속구단의 우선 협상 마감일은 15일이다.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이다.
강병현은 "사실 걱정이 많았다. FA는 인생에 한번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주위에 물어보기도 하고 얘기도 많이 들었다"며 "계약을 마쳐 엄청 홀가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병현의 FA 계약에 있어 무엇보다 전창진 감독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강병현은 "감독님 인터뷰에서 나를 꼭 붙잡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했다. 감독님께서 왜 나를 잡으려고 할까? 면담을 해보고 알았다. 감독님께서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다소 정체되지 않았나, 아직 농구에 대한 길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모션오펜스의 중심이 되면 좋겠다, 더 열심히 해서 한단계 올라가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팀으로 가고픈 마음은 별로 없었다. 조금만 맞으면 남을 생각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나를 원하셨고 구단과 협상을 해보니 금액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고 해서 도장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호랑이 감독이 지휘하는 강훈련은 이미 시작됐다. 강병현도 벌써부터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기에 책임감도 크다. 강병현은 "앞으로 감독님께 많이 혼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데뷔한 강병현은 전주 KCC 시절 두 차례 우승을 경험했고 거의 매시즌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KBL의 정상급 가드로 활약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지난 시즌에는 예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다. 일단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경기당 24분37초를 뛰었고 9.1점, 2.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강병현은 2011년 우승 이후 아직까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위를 향한 열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강병현은 "지난 시즌에는 목표 의식이 약했던 것 같다. 기록도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남을 탓하기가 싫다"며 "올해 목표는 분명히 우승이다. 감독님께서도 우승하러 왔다고 하셨고 선수 구성도 좋다"고 말했다.
과거 KCC에서 우승을 경험하던 시절 강병현의 곁에는 추승균, 임재현, 전태풍 등 믿고 의지할만한 선배들이 많았다. 이제 강병현은 팀내에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위치가 됐다.
강병현은 "옛날에는 형들이 시키는대로만 하고 눈치껏 하면 됐는데 이제는 다르다'며 "(양)희종이 형이 주장이니까 내가 주장과 후배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야하고 또 희종이 형을 도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전창진 감독이 추구하는 모션오펜스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활동량이 많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강병현의 허리는 통증이 찾아오면 휴식 외에는 약이 없는 특이한 상태다.
강병현은 "전창진 감독님께서도 가장 먼저 걱정하신 게 내 허리"라며 "앞으로 3번 아플 거 2번만 아프고 2번 아플 거 한번만 아프게끔 몸을 만들어가자고 트레이너와 교감을 나눴다.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 특히 허리 보강 운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