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가액이 5조원대에 이르는데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이는 사실상 첫 ISD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패소할 경우 막대한 국고 손실의 부담도 있지만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15일 오전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소송 대리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개최한다. 심리는 열흘간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6개 관계 부처 실무자 10여명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워싱턴에 파견했다.
정부 대응팀의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정부는 최선이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소송과 관련한 진행 상황과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심리에는 당시 외환은행 매각 승인권을 갖고 있던 금융 당국과 경제 부처 수장들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2년 11월 론스타의 제기로 시작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대금 등으로 4조7000억원의 막대한 차액을 남겼지만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
쟁점은 우선 매각 승인 지연의 타당성 여부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06년 보유 지분을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과 HSBC 등과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매각은 성사되지 못했고 2012년에서야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차익을 거뒀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면서 2007년 HSBC에 5조9376원 계약이 무산됐다며 이에 따른 손해 배상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당시 불법 행위 여부와 관련한 사법 절차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매각을 승인할 수 없었다면서 승인 지연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세 문제도 쟁점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1년 스타타워 빌딩을 1000억원에 사들인 뒤 2004년3510억원에 다시 팔아 차익을 남겼다.
국세청은 스타타워 빌딩과 하나금융 매각 수익 등에 80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했지만 론스타는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론스타가 벨기에에 만든 자회사를 통해 매입, 매각을 한 만큼 한국과 벨기에 간 투자협정(BIT)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벨기에의 자회사는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Conduit Company)로 투자협정과는 무관하며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에 투자한 론스타의 자회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이며 그 성격 규정에 따라 ISD 성립 여부까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벨기에 자회사들은 페이퍼 컴퍼니로 ISD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보는 반면 론스타는 실체있는 법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CSID는 이번 1차 심리에 이어 다음달 29일부터 2차 심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서면 공방과 재판부의 판단 과정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종 결정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