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절규 "난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요"


-고모부의 증언만으로 무기징역형
-수사과정에서 폭행과 조작 주장
-검찰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며 일축
-재심 결정여부? 언제일지 아무도 몰라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고상만 (인권운동가)

15년 동안 감옥에서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있습니다. 바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는 김신혜 씨 얘기입니다. 김신혜 씨는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고, 심문 당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대법원의 판결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재심청구심문이 사건 발생 15년 만에 법원에서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진실을 두고 어제 법정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동안 김신혜 씨의 무죄 주장을 도와왔던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를 연결하겠습니다. 고상만 씨, 안녕하세요.

◆ 고상만> 안녕하세요. 고상만입니다.


◇ 박재홍> 우선 15년 동안 무죄를 주장해 왔던 김신혜 씨 사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까요?

◆ 고상만> 지난 2000년 3월인데요. 당시에 장애 3급을 가졌던 50대의 한 남자가 전남 완도 거리에서 숨진채 발견이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경찰이 뺑소니 단순사고로 의심을 했는데. 사건 발생 24시간이 지난 후에 경찰이 사망자의 큰 딸 김신혜 씨를 존속살인 혐의로 전격 구속하면서 김신혜 씨는 사형 구형을 받은 뒤, 무기징역 최종선고를 받게 됩니다.

◇ 박재홍> 현재 15년째 복역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 오전에 재심청구 심문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 김신혜 씨는 그동안 감옥에서 어떤 생활을 했었나요?

◆ 고상만>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역을 해야 됩니다. 교화점수를 얻으면 그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요. 김신혜 씨는 노역을 단 하루도 하지 않았어요. "나는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그 노역을 하게 되면 아버지를 죽인 것을 인정하는 게 된다. 그래서 자기는 노역을 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억울한 부분들을 15년간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사람입니다.

◇ 박재홍>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15년 만에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서 열린 것인데. 김신혜 씨는 어제 어떤 주장을 하면서 소명을 했던 건가요?

◆ 고상만> 김신혜 씨가 이야기한 건요. 자기가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과정에서 자백을 한 적이 없는데도, 다 자백을 한 걸로 문서가 다 짜져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문서를 갖고 와서 (도장을) 찍으라고 하니까 문서를 보고 “이게 뭐예요?”라고 반문을 하니까 그때 들은 이야기가 뭐였냐면 “질문은 우리만 하는 거야, 너는 질문하지 마.”라고 하면서 머리채를 잡히고 엄청난 구타와 가혹행위, 욕설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 박재홍> 본인은 한 번도 아버지를 죽였다고 자백한 적이 없었는데 허위로 그 수사과정이 진행됐다는 말이네요? 그리고 김신혜 씨의 혐의가 입증이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진술이 고모부의 진술이었잖아요. 고모부가 "조카인 김신혜가 자신에게 아버지를 죽였다고 자백을 했다"는 증언이 아니겠습니까?

◆ 고상만>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의 시작이 뭐냐면요. 사건이 발생하고 만 하루가 되던 날, 고모부와 김신혜 씨가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그때 자백을 했다는 고모부의 주장이 있었고 그걸 근거로 해서 김신혜 씨가 잡혀 들어간 건데요. 문제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달라요. 고모부는 김신혜가 자기한테 자백을 했다고 얘기를 하는데, 김신혜 씨는 "그게 아니라 나는 자백을 한 적이 없고 고모부가 나에게 얘기하기를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는데 네가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냐. 그래야지 우리 집도 살고 너도 사는 거다"라면서 다르게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확인하지 못하는 과정에 나를 갑자기 경찰이 바로 그 자리에서 수갑을 채우고 체포를 했다는 건데요. 여기에서 특이한 게 뭐냐 하면, 수사과장실에서 며칠 후에 남동생과 김신혜씨가 만났어요. 그때 남동생하고 단둘이 있을 때 남동생은 누나가 아버지를 죽인 줄 알고 “어떻게 하지?” 하면서 슬픈 표정으로 (누나를) 보고 있는데, 그때 (김신혜가 남동생한테) 충격적인 말을 건넸다는 거예요.

SBS 영상 캡쳐 (자료사진)

◇ 박재홍> 누나가 동생에게요.

◆ 고상만> 네. (김신혜씨가) 고개를 딱 숙이더니 “혹시 네가 아버지 죽였니?” 라고 물어봐서, 자기가 너무 놀랐다는 얘기를, 제가 동생한테 나중에 따로 들었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다르고. 하여튼 고모부와 김신혜씨,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대화 있었던 간에 대화가 끝난 시각은 밤 11시 40분 이후인데. 이 대화가 있기 전에 이미 신고는 들어가 있었다라고 하는 의혹이 있어서요. 이런 부분들이 재심 재판을 통해 다시 한 번 공정하게 재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박재홍> 그럼 남동생은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 고상만> 당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는 김신혜씨의 체구가 작기 때문에 분명히 누군가 공범이 있을 거라고 의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강력하게 의심을 샀던 사람이 누구냐면 남동생이었어요. 그런데 남동생의 주장에 의하면 경찰관이 복도에서 날라차기로 자기를 때리면서 자백을 강요하는 폭행들이 있었다고 해요. 남동생은 지금도 누나의 억울한 15년 감옥살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한테 누나를 도와달라고 진짜 울면서 말하는 아주 여린 친구입니다. 불쌍한 삼남매입니다.

◇ 박재홍> 검찰측에서는 김신혜 씨의 주장에 대해서 어제 어떻게 반박했습니까?

◆ 고상만> 검찰측에서는 할 말이 없으니까 어제 무슨 얘기를 했냐면, 굉장히 황당하고 실망스러운 주장을 하더라고요. 뭐냐하면 “15년 전에도 똑같이 억울하다고 하고 맞았다고 주장을 했었다. 그런데 그때에도 유죄가 나왔는데 새로운 증거가 없다 그러니 기각해 달라” 이런 논리로 김신혜 씨가 억울하다고 하는 주장을 일축하더라고요. 검사가 인권을 지켜주는 역할을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실망스러운 말씀을 하시는지 좀 의외였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재심 여부 결정은 언제쯤 판가름나게 되나요?

◆ 고상만> 어제도 그 문제 가지고 재판장님한테 김신혜 씨가 간곡하게 울면서 이야기를 했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이 재판에 대해서 확인해 달라. 언제 끝날 건지. 사실은 목 매달아 죽는 것을 매일매일 꿈꿨는데 죽지 않은 이유는, 아버지가 나를 성추행한 파렴치범으로 해서 내가 아버지를 죽인 걸로 돼 있는데 내가 죽어버리면 아버지가 그 파렴치범으로 영원히 세상에 남을 것 같아서 내가 죽지 않았다. 그러니 내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재판장님이 그것에 대한 시간을 확정해 주지를 않았어요. 원래 기일이 없어요. 언제 결과가 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매일매일 이 결과를 체크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예상컨대 빨리 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 정확히 언제 끝날지는 솔직히 알 수가 없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고상만> 고맙습니다.

◇ 박재홍> 인권운동가 고상만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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