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 망토는 투명이 아닌 위장망토
-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는 현재까지는 불가능
- 투명망토 기술, 수술이나 층간소음 제거에 활용 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울창한 숲에서 적들과 대치 중인 군인들이 있습니다. 이때 군인들이 투명망토를 걸치면 어떨까요? 아니, 일단 가능할까요? 최근 미국이 육군 전투병들을 위해서 투명망토를 도입하겠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화제입니다. 어느 각도에서나 투명하고 은폐가 가능한 투명망토를 업체에 의뢰한다는 건데요. 투명망토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는 오래전부터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한국군이 주도해서 투명망토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투명망토 가능할 것인가, 과학적으로 짚어보죠.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의 박규환 교수를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규환> 안녕하세요.
◇ 박재홍> 보니까 ‘360도 어떤 각도에서나 투명하고 감시 장비에 노출이 안 될 것. 450g 이하에 8시간 은폐 가능할 것.’ 그러니까 이 투명망토가 나온 게 아니라 추진 중이라는 거죠?
◆ 박규환> 그렇습니다. 조건이 참 대단한데요. 말씀하신 대로 제작됐다기보다는, 이번에 나온 미국 육군의 발표를 보면 군수용 투명망토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 모집 공고입니다. 그래서 이 과제는 선정됐을 때 6개월간의 타당성을 검토하구요. 그 타당성이 검토되면 정식계약을 맺어서 1년간 시제품을 개발하는 그런 규정으로 돼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됐고 가능성도 검토된다는 거네요.
◆ 박규환> 그렇습니다.
◇ 박재홍> 실제로 나오기만 하면 아이언맨 수트도 부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투명망토가 현재 과학기술로 가능한 건가요?
◆ 박규환> 모든 색깔, 보는 각도에 상관없이 모든 조건에서 작동되는, 완전한 해리포터 형태의 투명망토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육군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현실성이 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공고가 났을까 저도 상당히 궁금했었는데요.
◇ 박재홍> 예.
◇ 박재홍> 그렇군요. 말씀을 들어보면 투명망토가 아니라 캐나다 측에서 만든 건 위장망토인데, 좀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 박규환> 제 생각도 그런데요. 캐나다 측에서는 이제 단순한 위장이 아니고 투명망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그리고 일단 투명망토라는 게 물체는 있는데 안 보이게 하는 거지 않습니까?
◆ 박규환> 그렇습니다.
◇ 박재홍> 투명망토가 과학적으로 가능하려면 어떤 원리가 작동돼야 하는 건가요?
◆ 박규환>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은 우리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첫째는 군사용으로 많이 쓰이는 스텔스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레이더처럼 마이크로파와 같은 파를 보내서 반사돼 오는 것을 줄이는 그런 기술인데요. 그럼 감지가 되지 않겠죠. 그 다음에는 위장술인데요. 카멜레온 같은 식이죠. 배경 무늬와 자신의 무늬를 같게 만들어주는 기술인데요. 현재 이 기술은 카메라로 배경을 찍은 다음, 자신에게 투사를 하는 방식으로 시연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위장술은 현재 활용되고 있고요. 일본에서 개발됐고 하는 투명망토도 바로 이런 원리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박규환> 그리고 세 번째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투명망토 기술인데요. 예를 들어서 시냇물이 돌을 지나서 흘러가는 걸 생각해보죠. 물은 돌을 피해서 다시 제자리에서 만납니다. 그러니까 돌이 있다는 것은 조금 지나고 나면 모르게 되죠. 이와 마찬가지로 빛도 어떤 물체가 있을 때 거기서 부딪쳐서 반사하지 않고 겉을 따라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를 우리가 투명망토라고 부르는데요. 그 돌아가게 해주는 물질을 메타물질이란 것으로 구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럼 실제로 과학적으로 가능한 거네요?
◆ 박규환> 2006년에 처음 이 아이디어가 제안이 됐고요. 그다음에 실험도 했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마이크로파를 이용을 하고 단색광, 그러니까 특정 파장 하나에서만 아주 작은 소형 물체에 대해서 시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큰 물체에 적용을 한다든가, 각도에 상관없이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아주 작은 물체 정도는 어떤 빛을 반사시켜서 가능한데, 크게 사람을 가리는 정도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이네요.
◆ 박규환> 그런데 마술사들을 보면 거울나 렌즈를 잘 써서 숨길 수도 있거든요. 그건 다른 방식이죠. 신기루 같은 현상을 이용해서 물체를 감추는 게 마술사들이 잘 쓰는 방식인데요. 근래에는 그런 식으로 이제 실제로 투명망토 개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전쟁터에서 마술사들을 동원할 수도 없고요.(웃음) 이게 실제로 상용화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 박규환> 바로 그런 점인데요. 미국 육군의 요구사항이 ‘450g 이하다. 옷으로 입을 수 있어야 하고 모든 빛뿐만이 아니라 적외선 등 모든 것에 다 탐지가 되지 말아야 한다.’ 인데요. 이런 요구사항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 박재홍> 한마디로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는 영원히 안 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나요?
◆ 박규환> 글쎄요. ‘영원히’ 라는 말은 쓰기는 어렵겠고요. 현재로는 어렵다고 봐야 되겠죠.
◇ 박재홍> 현재로는 어렵다. 이걸 군사용 말고도 실생활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 박규환> 오히려 저는 그 부분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수술을 할 때 보면 의사 선생님이 손이 환자의 환부를 가리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히려 손을 투명하게 한다, 이러면 참 좋을 텐데요. 예를 들면 우리가 투명망토 기술을 여기에 응용을 한다든가요.
◇ 박재홍> 예.
◆ 박규환> 그리고 빛뿐만이 아니라 파동은 소리, 진동 이런 여러 가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온갖 파동에 대해서 투명망토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데요. 소리를 예를 들면, 아파트 층간소음을 제거한다든가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지진 같은 경우에도 지진파가 건물을 치는 것을 피해가게 만들어준다든가 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열도 전파가 되기 때문에요. 열도 어느 쪽으로 가지 않고 피해가게 한다든가, 이렇게 여러 가지의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생활에서 응용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말씀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박규환> 감사합니다.
◇ 박재홍>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의 박규환 교수였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