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비공개 모바일 커뮤니티를 이용, 실시간으로 지원금 규모를 공지해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지원금 살포에 당국의 단속은 무력하기만 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6 32기가 모델을 최저 30만원 초반대에 판매한다. 합법적인 가격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예를 들어 KT 가입자가 6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해 갤럭시S6 32기가 모델을 구입할 경우 공시 지원금 20만1천원과 추가 지원금 명목의 페이백 29만원을 지급해 단말기 가격을 36만7천원까지 떨어뜨리는 식이다.
판매점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가 기기 변경이나 번호 이동을 할 때도 페이백을 지급한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상 판매점이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추가 지원금은 공시 지원금의 15%인 3만150원이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지원금이다.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단말기를 살 수 있는데도 가입자가 넘치는 '지원금 대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판매점과 가입자 사이의 거래가 극비리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판매점은 네이버 밴드에 비공개 모바일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지원금 규모를 공지한다. 단속이 적은 주말에 액수를 높이는 등 '치고 빠지기'식 영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불법 지원금은 날씨에 비유한다. '흐림'이면 페이백 액수가 적다는 뜻이고 '맑음'이면 많다는 뜻이다. 어린이날을 앞둔 연휴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쾌청'을 공지하기도 했다.
판매점은 페이백을 초성이 같은 '표인봉'이라고 지칭한다. '사은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판매점은 커뮤니티 보안을 철저히 관리한다. 회원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커뮤니티 존재를 암시하는 글을 게시하기만 해도 경고 조치하거나 강제 탈퇴시킨다.
커뮤니티에 가입하려 해도 기존 회원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 판매점은 초대한 기존 회원의 실명과 연락처를 제시해야 신규 회원의 가입을 승인한다. 현재 커뮤니티 회원은 800여명에 달한다.
실제 단말기 거래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판매점이 "방문 시간은 오늘 오후 1시부터 8시까지"라고 공지하면 커뮤니티 회원은 직접 판매점을 찾아 상담 없이 공지된 조건으로 단말기를 산다.
간혹 커뮤니티 회원이 아니더라도 판매점을 방문한 사람에게 단말기를 파는 '묻지마 방문'을 허용하기도 한다.
가입자가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 지원금을 뺀 금액을 은행 계좌로 입금하면 판매점이 즉석에서 페이백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단말기 값을 일시불로 계산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면 불법 거래인지 알 수 없다.
이런 방식으로 영업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은 수도권에만 3∼4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커뮤니티를 통해 게릴라처럼 활동하기 때문에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달 초 네이버 밴드에 가입해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한 20대 학생 A씨는 "수십만원이나 더 저렴한 구입 방법을 알면서도 일반 대리점에서 정상 가격에 구입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음성적인 방법으로 지원금을 살포하면 방송통신위원회도 단속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단통법을 비웃는 듯한 불법 지원금을 원천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