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가 14일 오전 특별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했다.
이 전 총리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의 여권 정치인 중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달 27일 총리직에서 사퇴한 지 불과 17일만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되며 중앙정계의 일약 스타로 등극한 이 전 총리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될 때만 해도 당·정·청 소통의 적임자로 꼽혔다.
정홍원 전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후 총리 후보 지명자들이 두차례나 연거푸 낙마한 터라 이 전 총리만큼은 손쉽게 총리직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시작으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삼청교육대 관여, 황제 고액 특강 등 각종 의혹이 터져 나왔다.
천신만고 끝에 청문회를 통과한 이 전 총리는 자신에게 쏟아졌던 의혹을 떨어내려는 듯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부패와의 전쟁'을 야심차게 선포했으나 역설적으로 이 전 총리 자신의 몰락을 부른 비극의 씨앗이었다.
이 전 총리의 일성 직후 'MB 정부' 해외자원 개발 비리 수사의 첫 표적으로 지목된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자 이 전 총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금품 수수 의혹이 거듭 제기되자 이 전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는 강경 발언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어 "대선 유세에 관여하지 않았다", "암 투병 중 거짓으로 나은 척 정계에 복귀했다", "성 전 회장과 아는 사이지만 친하지 않다", "성 전 회장이 캠프에 다녀간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등 말을 바꿔가며 변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곧 성 전 회장이 부여 청양 재선거에 출마한 이 전 총리와 2013년 4월 4일 오후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독대한 뒤 3000만원을 건넸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1년 새 200회 넘게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고, 성 전 회장의 측근은 물론 이 전 총리를 수행했던 운전기사의 결정적 증언까지 쏟아졌다.
심지어 이 전 총리 측이 내부고발에 나선 운전기사 부부를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까지 CBS의 연이은 단독보도로 드러났다.
앞서 총리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기간에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고, '김영란법'을 거론하며 기자들을 압박했던 이 전 총리의 전력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거듭된 이 전 총리의 거짓 해명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사퇴 압력이 불거졌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해 "해외 순방 후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권고했다.
끝내 취임 70일 만에 퇴임해 헌정 사상 두 번째 최단기 총리로 기록된 이 전 총리는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