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 때문에 중단됐던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12일 오전 한국석유공사 울산본사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자택,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한 이번 압수수색에서 해외 자원개발 관련 자료와 회계 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사장은 재직 시절인 지난 2009년 10월 하베스트와 부실 계열사인 날(NARL)을 인수해 석유공사에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석유공사에 대한 경영관리실태 감사 결과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가 부적절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강 전 사장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부실자산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인수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왜곡된 사업추진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날 인수 전체 규모인 1조2천억원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당시 날의 사업가치나 인수의 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평가 시세보다 3133억원 이상 비싼 1조 2466억원을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석유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수상쩍은 인수가 이뤄지게 된 배경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석유공사의 인수 자문사였던 메릴린치 서울지점 관계자들도 불러 석유공사가 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문을 했는지,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날 인수 당시 메릴린치가 하베스트 측에서 제공한 수치를 실사 없이 인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 전 사장은 지난해 5월 “인수계약은 석유공사의 독자적인 판단과 능력에 따라 체결된 것이 아니다”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부총리의 책임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주변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강 전 사장을 조만간 소환해 지식경제부 차원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사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한 뒤 진술 내용을 보고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베스트 인수 당시 자문사였던 메릴린치의 서울지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인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