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급여를 생활비로 지급했는데 왜 횡령"

홍 지사 연일 장외해명에도 檢, 대응 '자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연일 장외 해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검찰은 대응을 자제한 채 사법처리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홍 지사는 국회대책비의 일부를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당시 경선기탁금으로 냈다는 해명에 대해 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이번에는 '직책수당'을 들고 나왔다.

홍 지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며 "원내대표로서 국회대책비가 나오고 상임위원장인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급여 성격의 직책수당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직책수당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이라며 "그 돈 중 일부를 집사람에게 생활비조로 지급했다는 것을 두고 예산 횡령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홍 지사는 전날 여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매달 받은 국회대책비 중 쓰고 남은 돈을 생활비로 부인에게 줬고 부인이 이 돈을 '비자금'으로 모아 두었다가 기탁금으로 조달했다고 말했다.

국회대책비를 국회대책비와 직책수당으로 나눈 뒤 직책수당은 국회 상임위원장의 급여성격인 만큼 급여를 생활비로 사용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항변인 셈이다.

국회대책비가 사용처를 증빙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특수활동비이지만 엄연히 공금인 만큼 국회대책비는 국회활동하는데 사용했고 직책수당 일부만 생활비로 줬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홍 지사의 이같은 말은 공금에 해당하는 국회대책비를 생활비로 사용하라며 집에 줬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거듭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횡령 의혹도 벗어날 수 있고 부인의 비자금을 경선 당시 신고하지 않은 점도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혐의를 피해갈 수 있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의 해명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사법처리를 자신하고 있다.

수사팀은 홍 지사가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모씨를 통해 성완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시기와 장소를 이미 특정했다며 홍 지사의 '생활비' 주장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홍 지사가 해명하는 1억2000만원과 성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억원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수사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홍 지사가 사건 실체와 관계없는 주장을 통해 장외여론전에 열을 올리는 점을 고려해 증거인멸 혐의를 덧붙여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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