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흔드는 홍준표의 고도의 '꼼수'

'깜짝 폭로' 법적인 책임 모두 피해가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소환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9일 새벽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억2천만원 경선 기탁금은 아내의 비자금"
"5억원 공천헌금 제안에 20억원 역제안"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11일 털어놓은 이야기는 얼핏 듣기에 '자살골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법한 내용들이다.

2008년 원내대표 시절 지급받은 '국회 대책비'를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필요한 사적인 기탁금으로 사용했다는 발언이나 비자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은 각각 횡령, 공직자윤리법 혐의를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공천헌금 역제안 일화도 뇌물수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깜짝 폭로'의 속내를 보면 정치적·법적인 책임을 피해가는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한 정치권 인사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 같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국회 대책비'에 대해선 원내대표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를 언급한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놨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면 1천~2천만원 정도의 활동비가 지급되는데 운영위원장인 원내대표에게는 이보다 많은 돈이 지급된다고 했다. 세비에 포함되지 않는 활동비만 1년에 4억원 가량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활동비는 각 상임위원장의 포괄적 처분권이 폭넓게 인정되는 돈이다. 사실상 지출 내용을 증빙할 필요가 없는 돈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횡령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도의적 책임론만 제기될 뿐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 지사 부인의 '비자금' 때문에 불거진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도 법적인 문제제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재산 신고를 누락한 것이지만, 이미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가 이미 완성된 지 오래다.

홍 지사가 "(2004년) 17대 국회의원 공천심사위원 재직 당시 영남지역 중진 의원이 집과 사무실로 찾아와 '5억원을 줄 테니 공천을 달라'고 제의했다"고 한 발언도 비슷한 의도가 담겨 있다.

그가 "16대 때는 (공천헌금이) 20억원이었다고 한 뒤 즉석에서 제안하고, 즉석에서 공천했다"고 한 폭로도 얼핏 대단한 범죄사실을 자인한 것처럼 들리지만 정치자금법 위반(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10년)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 홍 지사의 공천헌금 폭로는 일종의 위협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법적인 책임은 면하면서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공천을 바라고 1억원을 줬다'는 뇌물죄 혐의는 방어하는 것이다.

고해성사처럼 들리는 각종 위반 사례들이 모두 법적인 그물망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홍 지사가 도의적 책임을 감수하더라도 '성완종 리스트' 관련 혐의는 모두 비껴갈 수 있게 치밀한 계산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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