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새' 염경엽 "(강)정호야, 너 때문에 힘들지만 흐뭇하다"

'힘들어도 너 보며 웃는다' 넥센 염경엽 감독(왼쪽)은 지난해까지 지도했던 제자 강정호가 피츠버그에서 연일 맹활약을 하는 데 대해 "그의 공백이 있지만 흐뭇하다"며 기뻐했다.(자료사진=넥센, MBC 스포츠플러스)
'KBO산 1호 메이저리거 야수' 강정호(28 · 피츠버그)가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연이틀 장타로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달리는 등 완전히 미국 무대에 정착한 모양새다.


강정호는 12일(한국 시각) 미국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원정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포함, 4타석 3타수 1안타 1사구를 기록했다. 팀의 4-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첫 타석부터 장타를 뽑아내며 상승세를 이었다. 강정호는 0-1로 뒤진 2회 1사에서 상대 우완 선발 제롬 윌리엄스로부터 우중간 2루타를 날렸다.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91마일(약 146km) 패스트볼을 통타, 우중간을 갈랐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무산됐다.

4회 투수 땅볼로 물러난 강정호는 3-1로 역전한 6회 다시 출루했다. 1사에서 바뀐 투수의 공에 왼다리를 맞았다. 역시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은 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8회 삼진으로 물러났고, 피츠버그는 3회 터진 스탈링 마르테의 역전 결승 3점포를 지켜 승리했다.

지난 7일 신시내티전 이후 5경기 연속 안타다. 이날 2루타로 전날 선제 시즌 2호 홈런까지 연이틀 장타를 뽑아냈다. 시즌 타율 3할3푼3리(51타수 17안타)를 유지했다.

이날 빅리그 데뷔 후 첫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는 등 3경기 연속 멀티 출루를 기록했다. 5월 선발 출전한 8경기에서 7경기가 멀티 출루다.

▲"성공 믿어 의심치 않아…뿌듯하고 대견해"

강정호의 활약을 누구보다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해까지 강정호를 지도했던 스승 염경엽 넥센 감독(47)이다. 염 감독은 강정호의 신인 때인 전신 현대 시절부터 프런트로서, 또 최근에는 코치와 감독으로서 지도와 조언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강정호는 염 감독의 전폭적 지원 속에 KBO 리그 유격수 사상 최초로 40홈런-100타점(117개)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강정호에게 충분한 기회와 휴식을 주면서 제자의 빅리그 진출을 도왔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직접 수비를 지도하기도 했다.

올해 미국 전지훈련에서 염 감독이 강정호를 지도하는 모습.(자료사진=넥센)
최근 강정호의 활약에 염 감독은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막상 잘 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무척 좋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봤는데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대견스러워 하면서 "야구 선배로서도 뿌듯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염 감독과 넥센으로서는 강정호의 공백이 작지 않다. 지난해까지 3년 평균 강정호는 3할 타율과 30홈런, 100타점 가까이 해준 주포였다. 박병호가 3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차지할 수 있던 데도 상대 투수에 대한 강정호의 분산 효과가 컸다. 여기에 수비의 핵 유격수였다.

염 감독은 "사실 강정호의 공백은 분명히 있다"고 인정했다. 그 때문인지 박병호는 올해 타율은 3할4푼1리로 순항하고 있으나 홈런은 7위(8개)로 주춤하다. 현재 4위인 팀 성적이 4월 한때 9위까지 처지기도 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그래도 유한준, 윤석민, 김하성, 고종욱 등이 충분히 제몫을 해주고 있다"면서 "여기에 박헌도, 문우람 등 백업 자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팀 타율(2할8푼5리), 홈런(34경기 50개), 득점(206개) 1위를 달린다. 넥센이 강정호의 공백에도 흐뭇하게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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