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소장파는 왜 존재감이 없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는 발언에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총체적 위기국면이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막말공방에 이어 김한길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지만 당내에서 건강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할 소장파들은 존재감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오히려 기득권을 지키려하거나 당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중진들만 목소리를 높이기에 여념이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소장파는 왜 존재감이 없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정청래 의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과했군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그렇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혼돈으로 몰고 갔던 정청래 최고위원과 주승용 최고위원간의 '막말파동'은 정청래 의원이 여수로 가서 사과했고 주승용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청래 의원은 11일 여수에서 칩거 중인 주 최고위원을 만나러갔고 주승용 의원이
정청래 의원을 만나러 가다 취재기자들이 몰려있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통화로 서운함을 풀었다.

정청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주승용 최고위원님 여수 지역사무실에 내려왔습니다. 정치노선이나 견해를 떠나 남자답게 쿨하게 상처를 준 부분에 미안함을 전하러 왔습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둘이 만나서 풀려고 했는데 주 최고께서 사무실로 오는 도중에 기자들이 몰려왔다는 소식에 저에게 전화를 했다"면서 "주 최고님, 모든 걸 떠나서 인간적으로 미안합니다. 그래서 내려왔습니다"라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주승용 의원은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고 정 최고의 사의는 받아들이겠네. 내가 멀리서 온 사람을 가서 만나야 되는데…. 기자들도 있고 하니 만난 걸로 치세. 못가서 미안하네 잘 올라가소"라고 답변했다고 정청래 의원은 소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정청래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정 최고위원이 '미안하다'고 사과 표시를 한 뒤 '복귀해서 다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개인적으로 여수까지 와서 사과한 것은 사과대로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내가 최고위원으로서 복귀하는 건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도 사과했다. 문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망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국민과 당원들께 큰 실망과 허탈감을 드렸다. 당을 대표해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국민을 대변하는 야당의 역할"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자신이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드리지 못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비판할 수 있겠느냐. 우리 스스로를 무겁게 여기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 당 내분이 진정되는 거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그건 아닌 것 같다.

주승용 의원이 정청래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최고위원 사퇴의 뜻을 접지 않고 있다. 여기에 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들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서 당내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비노계의 좌장격인 김한길 전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 측은 친노 패권주의의 청산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퇴 압박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조경태 의원은 "이미 문재인 대표는 지도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국민들이나 다수의 당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는 지금의 당 운영 방식으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문 대표의 사퇴주장만 있는 건 아니다. 친노계로 분류되지 않는 비주류 의원들도 사퇴가 답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당 지도부가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경민 의원은 '당 지도부 일괄사퇴가 답이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지도부 사퇴가 답이 맞으면 이렇게 고민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직전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안규백 의원은 "지금 이대로는 수습이 안 된다. 더 큰 화근을 부를 수도 있다"면서 "지도부가 전부 물러날 것이 아니라면 당직자들이 일괄사퇴한 뒤 재임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나 미봉책으로는 지금의 당 내분사태가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 오늘 4선의원 이상 중진들이 모인다는데 어떤 대책이 나오나?

= 새정치민주연합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12일 국회에서 긴급 오찬 모임을 갖고 당내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모임을 주선한 박병석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 다수가 '당이 어려움에 처했는데 논의를 통해 가닥을 잡아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의 사퇴요구도 당시 4선 이상 중진 모임에서 나왔던 만큼 오늘 모임에서 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거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혁신의 축은 지도부를 바꾸거나, 주요 구성원을 바꾸는 것, 아니면 정책노선을 바꾸는 것인데 지금은 정책노선을 바꾸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문재인 대표 체제를 바꾸지 않으려면 바꾸는 만큼의 조치를 해야 한다. 그대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당이 이런 총체적 위기국면이면 소장파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런 의견들이 적지 않다. 당이 위기국면이니까 소장파들이 나서서 혁신과 개혁을 요구하고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소장파 모임인 '아침소리'보다 역할이 너무 미미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공무원연금법 처리 무산과 관련해 11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초·재선 모임인 '더 좋은 미래'는 당이 잇따른 재보선 패배와 당 지도부의 내홍으로 총체적 위기국면을 맞고 있지만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에 소장파가 있기는 한거냐? 는 볼멘소리도 들리기도 한다.


▶ 소장파들이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냐?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 여러 소장파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 소장파들이 의견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첫 번째는 소장파들의 의견이 한 목소리로 모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위기라는 데는 공감을 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박홍근 책임간사는 "야당이 통합과 분당의 과정을 겪으면서 당의 화합이나 단합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다"면서 "당이 수권도 못하고 재보선에서도 패배하는데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키고 그걸 자초하는 방식의 활동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입장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소장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아직 목소리가 모아지지 않아서 그렇다"면서 "의견이 반반으로 아주 큰 차이가 난다. 지도부가 책임지느냐 아니냐의 차원을 넘어서는 얘기"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소장파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일 경우 외부에는 당의 분란만 가중시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소장파 의원들 다수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장하나 의원은 "당의 지금 모습을 보면 절망감도 들고 고민도 되고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당 지도부를 비판하면 언론에서는 비판의 본의 보다는 당이 어떻게 분열되고 있는지를 재미있게 다루는 언론사들이 많아서 외부로 얘기하기 보다는 안에서 얘기한다. 언론에는 얘기를 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도 "당의 위기국면에서 소장파들이 나서면 지금의 언론환경에서는 또 분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좀 자제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여당의 내부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관점과 야당의 내부 문제를 다루는 관점이 다르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심했다.

세 번째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7.30 재보선 참패,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사퇴 파동을 겪으면서 대안 없이 무조건 비판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측면도 있다.

신경민 의원은 "소장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력감에 빠져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김광진 의원도 "대안이 없어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소장파는 지난해 8월과 9월 세월호 협상과정을 거치면서 초선들을 다 죽여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영선 원내대표(비대위원장 겸직)의 세월호법 협상 실패 이후 소장파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당이 위기에 빠졌고 소장파들은 안팎의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다.

이런 복잡한 사유들로 인해서 당내 소장파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홍근 의원은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고 당 지도부나 청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도움이 되고 보수일색이 아니라 개혁적인 목소리도 있다는 게 유권자입장에서 도움이 된다"면서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당내 갈등이 커왔기 때문에 공개적인 언행과 행동을 통해서 당지도부를 압박하고 갈등을 촉발하는 이런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 소장파 의원들이 계속 입을 닫고 있겠다는 것이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좌측)이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는 발언에 격분하자 문재인 대표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그건 아니다. 소장파 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다는 건 아니다. 의견을 나누고 있고 구체적인 목소리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11일) 박홍근 책임간사와 진성준, 김기식 의원 등 더 좋은 미래 간사단 모임을 갖고 정청래 의원의 사과와 주승용 의원의 당무복귀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의원 개인이 그런 입장을 언론이나 SNS로 표명했다.

모레(14일) 정례모임에서는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의원은 "모레(14일)까지 봉합되지 않으면 당 지도부나 선배들에게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박홍근 간사도 "이번 주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은수미 의원도 "이번 주를 그냥 넘기는 건 위험하다. 정비를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말로만 선당후사를 내세울 게 아니라 내년 공천에서 떨어질 각오를 하고 당을 살리고 정치를 살리는 사즉생의 각오로 선당후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면 중진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