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의 기구한 운명, '벌금 폭탄'에 5부리그 강등 위기

재정 규정 위반에 벌금만 843억원, 협상 결렬시 2~4부리그서 퇴출

영국 런던을 연고로 하는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는 최근 3년 사이 프리미어리그로 2차례나 승격해 곧바로 2부리그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말 그대로 1부리그와 2부리그의 딱 중간에 있는 애매한 클럽이다.

하지만 QPR의 씀씀이만큼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의 중간에 있지 않다. 말레이시아 출신 부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엄청난 투자를 시도했다.

15년 만에 최상위리그로 올라선 지난 2012~2013시즌에는 박지성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최하위로 강등당했다. 이듬해 챔피언십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해 이번에는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등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3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을 오가는 사이 QPR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자칫 다음 시즌은 2부리그가 아닌 5부리그에서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 QPR의 강등은 단순하지 않다. QPR은 챔피언십부터 4부리그인 ‘리그2’까지 주관하는 풋볼리그의 자체적인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를 위반한 혐의로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영국 현지에서는 벌금만 5000만 파운드(약 843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QPR은 2013~2014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엄청난 주급을 받는 선수들과 계약 해지 또는 임대를 통해 씀씀이를 줄였다. 동시에 골잡이 찰리 오스틴과 미드필더 칼 헨리 등을 영입해 선수단을 보강했다. 하지만 2013~2014시즌 QPR은 6980만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풋볼리그’의 허용치인 800만 파운드의 8배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QPR은 페르난데스 회장이 개인 돈 6000만 파운드를 투입해 적자규모를 980만 파운드로 줄였다. 이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며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QPR은 곧바로 강등됐고, ‘풋볼리그’는 과거의 벌금을 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영국 현지에서 전해지고 있지만 혹시라도 이들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QPR의 다음 시즌은 2부리그가 아닌 5부리그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클럽의 존폐마저 위태롭기만 한 상황에서 크리스 램지 감독이 중심을 잡고 나섰다. 램지 감독은 11일(한국시각) 올 시즌 QPR의 한 경기 최다 점수차 패배를 기록한 맨체스터시티와 경기가 끝난 뒤 잔류 의사를 밝혔다. 램지 감독은 지난 2월 무릎 수술을 이유로 갑작스레 팀을 떠난 해리 래드냅 감독의 뒤를 이어 QPR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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