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까이 가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를 설득하겠다"며 '할 말은 하는' 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당청간 원만한 소통을 위한 '찹쌀떡 공조'를 거론하기도 했다.
견제와 협력을 바탕으로 당청관계를 균형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러가지 정책 현안에서 청와대와 수평적으로 당의 의견을 개진해 왔다.
유 원내대표는 경선 당시부터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인 '증세없는 복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그는 포용력있는 보수의 가치를 제안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법인세 역시 성역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이례적으로 야당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 새누리당 중진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몇몇 친박계 의원들은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란 평가였다"고 설명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하나의 당론을 밀고 나가기보다는 의총을 통해 당내 여론을 수렴하려는 '민주적인' 시도를 해왔다. 사드(THAAD)나 김영란법 등 정치권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의총을 열어 내부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의총이 현실 정치에서 당초 취지대로 민주적인 논의의 장이 됐는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래에서 위로(bottom-up)' 방식이 과연 효과적이었냐는 것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이라 볼 수 있는 유 원내대표는 그만큼 자신의 주장만을 많이 관철하려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의총은 매우 합리적인 절차지만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그의 정치적 비전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거대 정치이슈에 묻혀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뜻을 효과적으로 펼칠만한 동력과 시간을 잡아 먹어버린 사건이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 앞에는 이제 공무원연금개혁이란 큰 숙제를 담은 5월 임시국회가 놓여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공무원연금법 처리 실패로 인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 2일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내고,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국민연금 개정안은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논의 과정을 다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비판하자, 김태흠·이장우·함진규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탓을 하냐"며 비난하는 등 당내 갈등도 불거졌다.
특혜 논란이 일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지원특별법 개정안' 등 야당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했으면서도 4월 임시국회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아문법의 경우) 지역 발전에 관련한 민감한 사안이었던만큼, 잃은 것에 상응하는 분명한 성과가 나왔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유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명목 소득대체율 50%부분을 뺀 규칙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방침을 재차 밝히면서 "(야당의 반발이) 당연히 심할 것이다.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경계어린 시선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도 숙제다.
또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연금개혁에서 친박 vs 비박(탈박) 구도 등 정치적인 구도에 의해 지도부가 손해를 본 부분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잘 수습하는 것 역시 유 원내대표 앞에 던져진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