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토담집 문전성시…상종가 치는 손학규

천정배 "어떤 분은 너무 책임 안지는데 손학규는 너무 세게져서 문제"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윤창원기자)
최근들어 야권에서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칩거중인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의 당내 인기가 상종가다.

정계에서 은퇴하면 잊혀지는게 상식이지만 손 전 고문의 경우는 정반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4월말쯤 전남지역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의원들을 상대로 유세전을 벌이던 중 강진의 손학규 전 고문을 찾아갔다. 이른바 손학규계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손 전 고문은 "의원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이종걸 의원에게 완곡하게 도와주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호남정치복원'을 내걸고 재보선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도 8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회가 되면 손 전 고문과 인사도 드리고 만날 것이다. 지역구도 가깝고.."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서 어떤 분은 너무 책임을 안져서 문젠데, 손 전 고문은 너무 세게 책임을 지는 것 같다. 재보선 패배는 손 대표의 잘못이 아니고 야당을 위해 할일이 많은 분이다. 어려울 때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월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문재인, 박지원 의원이 손 전 고문과의 회동을 추진했고 정동영 전 의원은 탈당을 결행할 즈음 손 전 고문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최근 경기분당에서 전세를 빼고 구기동으로 전세집을 옮긴 것도 정치권에서 회자될 정도로 손학규 전 고문은 한창 활동중인 정치인들보다 소위 더 '핫한 정치인'이 됐다.

무엇이 은퇴한 정치인 손학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된 것일까? 간단하다. 은퇴했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손학규계'의 수장으로서 당내에 일정한 지분을 가진 주주이고 손상되지 않은 이미지도 있다.

식을 줄 모르는(?) 손학규에 대한 인기는 어지러운 최근 당내 상황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8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는 4.29재보선 패배 이후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뒤 내연하고 있던 친노와 비노간 갈등이 폭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친노 패권주의를 지적하면서 투명한 당운영을 요구하자 문대표와 친한 정청래 최고위원이 "공개.공정.공평도 중요하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공갈치는 것이 문제라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표가 정청래 위원의 사과를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새정치연합의 내부사정이 어떤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당의 최대주주와 간판(대표) 불일치에서 오는 불안정을 털어내기 위해 문재인 대표가 전면에 나선 뒤 4.29재보선은 첫 시험대였다. 야권분열이란 상수때문에 애초 어려운 선거였지만 중간에 성완종게이트가 불거져 해볼만한 선거였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4곳 모두 내주고 30년텃밭 관악과 광주까지 내주게되자 당내에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문대표는 퇴진요구를 물리치고 당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의원.당직자들이 갖는 그의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친노 대 비노구도로 전개됐던 원내대표경선에서 비주류 지지를 받은 이종걸 의원이 당선된 것이나 '손학규 상종가 현상'은 당의 리더십 위기를 반영해주는 사례들이다. 호남민심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 선거에서 확인됐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소통과 단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 문제를 덮어둔 채 하는 소통.단합은 미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나 패배의 기억은 희석되겠지만 위기는 그 싹을 잘라내지 않는 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손학규 상종가의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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