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부처인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가 조직의 성격과 인력 구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직후 재난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며 비판을 받았던 행자부가 또다시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부처 간 협의가 겉돌고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의 선박 관련 공무원들이 세월호 참사로 무더기 징계를 받으면서 전문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작업이 시작부터 삐걱대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 세월호 선체인양 시작부터 '기우뚱'
국민안전처 소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곧바로 선체 인양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인양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9일이 지난 11일 현재까지도 추진단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추진단은 별도 전담조직으로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해수부는 선체 인양을 위해선 최소 2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선체인양 만큼은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이 같은 별도조직이 결국에는 해수부의 조직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 관계자는 “조직이나 인력을 요구하려면 필요성이라든지 업무량 같은 것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약간 미흡해서 보완을 요구했다”며 “(조직 승인) 완료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담조직이 구성되지 않으면 조달청과 해양경찰청 등 관련 부처에서 인력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 부처가 전담조직에 인력을 파견할 경우에는 결손 인력을 자체 충원할 수 있지만, 전담조직이 아닌 임시조직에 파견하면 정부 조직법상 충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달청과 해양경찰청 등 관련 부처들이 해수부에 직원 파견을 꺼리면서 세월호 선체인양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 ‘발등의 불’ 떨어진 해수부, 자체 임시조직 구성…비전문 인력 참여
우선 당장 급한 건 해수부다. 세월호 선체인양을 총괄하는 부처로써 더 이상 조직 구성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수부가 지난 8일 자체 임시조직인 ‘세월호 선체인양 TF’를 꾸렸다. 내부 직원 10명으로 조직했다. 그런데 이 조직 또한 급조되면서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20여명의 직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이중 사무관급 이상 간부만 1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이 선박기술직 공무원들로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
징계 받아 다른 부서로 배치된 이들을 다시 세월호 선체인양 TF에 배치할 수 없다 보니, 선박 업무와 관련이 없는 새로운 인력을 일부 수혈했다.
여기에, 선체인양을 위한 예산편성도 늦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선체 인양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모두 1,283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선 당장 필요한 전문 컨설팅비용 25억원과 TF 운영비 등의 배정이 늦어지고 있다.
해수부 유기준 장관은 7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선체인양은 전담조직이 출범하지 못했지만, 이번 달 내로 소요예산도 신속히 편성하여 업체 선정, 인양 착수 등 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선체인양 일정 차질 예상
해수부는 9월말부터 수중작업에 착수하기 위해선 늦어도 6월말까지는 인양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래야만 3개월 정도의 설계기간을 거쳐 9월 일정에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선체인양을 위한 전담조직 구성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모방식과 입찰기준, 계약조건 등 조달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일정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자체 구성한 임시조직을 통해 기본적인 인양 업무는 보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전문가 영역인 조달업무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인양업체 선정이 8월까지 넘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부처 간 칸막이가 세월호 선체인양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