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15분 지하철 4호선 객차 안, 안산의 부모님 댁으로 향하던 관악경찰서 낙성지구대 권수경 경사(34)의 눈에 옆 남성의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연신 히죽 웃고 있던 남성의 화면을 어깨너머로 본 순간 권 경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이 남성 바로 옆에 서 있던 여성 승객 A(21)씨의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이 화면 가득 담겨 있었던 것.
몰카범임을 직감한 권 경사는 이 사실을 A씨에게 알리고, 다음 정거장인 과천역에서 문제의 남성을 내리게 한 뒤 112에 신고했다.
"실례합니다. 저는 관악경찰서 낙성지구대에 근무하는 권수경 경사라고 합니다. 잠시 휴대폰 좀 볼 수 있을까요?"
김 경사가 몰카를 찍은 사실이 있냐고 묻자 남성은 아니라며 펄쩍 뛰었고, 삭제 버튼을 눌러 사진을 지우려 하기도 했다.
확인 결과 이 남성의 휴대전화에는 A씨 사진 이외에도 다른 여성의 사진 50장이 더 저장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B(24)씨는 "아는 친구들의 사진"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거듭된 추궁 끝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B씨는 경찰에서 "친구들에게 사진을 전송하려 몰카를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는 "파출소 직원에게 B씨의 신병을 인계하고 다시 지하철에 올랐다"며 "사건 처리할 때는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평상복 차림인 나에게 이 남성이 해코지를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했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그러나 "제복도 입지 않고 수갑도 없었지만 범죄 현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