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 미국)가 매니 파퀴아오(37, 필리핀)와의 재대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스포츠 전문방송 ESPN은 "메이웨더가 자사의 한 기자에게 '파퀴아오의 몸상태가 좋아지면 재대결을 하고 싶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고 6일(이하 한국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파퀴아오는 조만간 회전근이 손상된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는다. 최소 9개월에서 1년 정도 재활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두 선수는 지난 3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6.68kg) 통합 타이틀전을 치렀다. 메이웨더가 3-0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지만 지루한 경기내용 탓에 '세기의 대결'이 아닌 '세기의 졸전'이라는 비아냥을 샀다.
12라운드 동안 화끈한 장면은 한 차례도 없었다. 메이웨더는 밖으로 빙빙 돌며 카운터펀치를 날리는데 주력했고, 파퀴아오는 때리다가 뒤로 빠지는 등 경기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파퀴아오는 "3주 전 당한 오른쪽 어깨부상으로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며 재대결 의사를 피력했다. 반면 이날 승리로 로키 마르시아노의 전설적인 49연승에 한 경기 차로 다가선 메이웨더는 "오는 9월 한 경기를 더 치른 후 은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로 두 선수의 재대결이 무산되는 듯했지만 메이웨더가 재대결 찬성 의사를 내비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메이웨더가 불과 며칠 만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가장 큰 이유는 복서로서의 자존심 때문이다. 이날 최고 난적 파퀴아오를 꺾고 48연승 행진을 기록했지만 메이웨더에게 쏟아진 건 환호가 아닌 야유였다. 복싱팬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복싱계에서는 가뜩이나 침체한 복싱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스로 '박수받지 못하는 챔피언', '존경받지 못하는 무패복서'로 남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발동했을 것이다.
최근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복싱계도 재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기의 대결에 이미 한 차례 실망감을 맛본 팬들이 원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