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 합의에 대해서는 "공무원 연금과 다르게 접근할 사항"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남미 순방 강행군으로 인두염과 위경련 진단을 받은 뒤 안정을 취해온 박 대통령은 이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건강을 회복한 모습이었으며, 작심한 듯 각종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선 "지난주에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는 과감한 정치 개혁을 이루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과 정치가 그런 국민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정치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과거의 낡은 정치를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그 어떤 의혹이든 부정부패는 반드시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전력을 다해서 국민의 뜻에 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박 대통령은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성완종씨의 특별 사면을 겨냥하며 "과거부터 내려온 사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특별사면제도도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면은 결코 비리사슬의 새로운 고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한계를 벗어나는 무리한 사면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상에서 일주일 만에 복귀한 박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정국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해서 당초 약속한 연금개혁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개혁으로 내년에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연금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줄어 재정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 과정에서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약 2,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등의 제도 변경은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고, 국민들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며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은 밝혔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개혁 합의에 대해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부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일본 아베총리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최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과 관련, "아베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한 사과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미국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이렇듯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한 뒤 "우리 외교는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한미동맹과 한일관계, 한중관계 등의 외교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각 사안에 따른 우리의 외교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소신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유럽연합(EU)의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에서 최종 해제된 것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타결된 것을 평가한 뒤 "이 두 가지 교섭 사례는 정부가 중요한 외교목표를 달성을 위해 노력한 것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아베 총리의 방미 이후 미일간 신밀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 외교가 고립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의 성과를 평가하고 소신·실리 외교를 강조함으로써 현 외교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