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공무원연금협상 D-데이인 2일 혹여나 협상이 시한을 넘길까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만든 '연금개혁안'과 '공적연금 강화안'을 놓고 1일부터 2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더내고 덜받아 333조원의 정부재정을 절감하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은 전날 합의가 나온 상태였고 남은 쟁점은 '공적연금 강화 문제'였다.
새정치연합은 3월 27일 합의를 근거로 공적연금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로서는 야당의 요구를 무조건 반대만 하긴 어려웠다. 국회선진화법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고 나올 경우 합의시한내 공무원연금 합의가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강화하는 여야간 협상은 첫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50%로 올릴지 여부 둘째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 가운데 얼마를 연금강화 목적으로 전용할 지 2가지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협상이 막판까지 몰린 이유가 바로 공적연금 강화였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이 부분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할 처지였고 이는 여당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야 협상이 진행중이던 1일낮과 저녁시간대에 여권(새누리당과 청와대)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양보선을 정하기 위한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새누리당이 20%와 50%에 대해 협상타결전 청와대에 알렸고 청와대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3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50%나 20%란 숫자는 며칠전부터 이야기가 돼서 청와대에서 알고 있었다. 표현의 차이 등은 좀 몰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숫자는 알고 있었고 청와대는 그걸 인정해 주기 싫은거다. 청와대는 국민연금에 손대는 것 자체를 싫어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 외에도 원내대표실에 소속된 복수의 국회의원들이 청와대가 협상 진행과정에서 20%와 50%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2일 오후 5시 여야간 3+3회담에서 협상결과가 공식 발표되자 청와대는 '공적연금 강화' 부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라고 했지 누가 국민연금을 손대라고 했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국민연금 소득대체률을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월권”이라고 펄쩍 뛰었다.
청와대 주장은 새누리당 주장과 다르다. 조윤선 정무수석은 소득대체율을 인상해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2일 김무성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청와대 기류를 반영해 새누리당은 합의사항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조정을 명시하는데 반대해 이를 관철시켰지만 실무기구 부속합의서인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에는 내용이 명시됐다.
시한내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감과 청와대 지침(?)간에 고심하던 새누리당이 합의를 위해 일단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되 숫자를 명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합의를 관철하는 선택을 강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는 충분한 교감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 반발과 관련해 "어제 합의문에는 숫자는 없다. 야당은 넣고 싶어했으나 빼자고 했다. 논의해서 합의되면 통과하는 것이고 아니면 안되는 거다. (합의문의)숫자는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것일뿐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3일 "청와대 지적은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잘못된 일(부분)이 있지만 특위를 만들어 계속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의 이같은 발언은 공적연금 강화를 논의할 사회적기구 활동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